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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May 24. 2017

몸을 움직이는 것이 1순위다

얼마전 지인이 물었다. "살면서 죽고 싶은 적은 없었어?"

"글쎄... 대학 3학년 때 한 번쯤?"


기도교인인지라 죽어도 끝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에 죽지는 못하고 삭발을 했는데, 속이 시원하리라는 당초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머리 다 자라기까지 온동네 구경거리가 되어서 맘고생만 실컷 했던 웃픈 기억이 있다. 하필 머리 민 날 친구가 노랗고 커다란 귀걸이를 선물해서 삭발한 채 노란 귀걸이를 달고 다녔더니 엄마도 내가 미친 줄 아셨다고 한다.


그 이후론 죽고 싶단 생각 없이 잘 살아왔는데, 생각해보면 죽고 싶단 생각 자체가 말끔히 없어진 건 노동을 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삶에 대한 의욕은 단잠과 식욕에서 나온다.

하루 세 끼에 새참 두 번까지 맛있게 먹고, 아무 데라도 머리만 대면 전철 안에서도 곯아 떨어지는 생활을 5년 반이나 했더니 어느새 죽음은 내게서 멀리멀리 떨어져 있었다.

(노동을 그만 두고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간 뒤에도 새참 먹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혼자 다섯 끼씩 챙겨 먹다가 한 달에 5kg나 불어버린 부작용이 있긴 했다)


요즘은 뉴스에서 젊은이들의 사망 소식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중 특히 안타까웠던 경우가 둘 있었는데, 영화 관계 일을 하던 여자 작가가 굶어죽었던 일과, 얼마전 공무원 시험에 세 번 떨어지고 엄마손에 이끌러 고향으로 가던 청년이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서 자살했던 사연이다.


이 세상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 "만약..., 만약..."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일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맨밥에 김치만 먹고 방안에 있지 말고, 한 일년쯤, 길게 잡아 이년쯤 농촌에 가서 숙식제공해주는  노인 부부 있는 집에서  비닐하우스 농사일이라도 거들었으면 어땠을까?  잠도 밥도 달게 되고, 다시 시나리오 쓸 돈도 모이고, 소재도 풍부해졌을 텐데...


시간 아깝다고 책만 들이파지 말고,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이라도 하루 한 시간씩은 꼭 땀 흘리며 운동을 했으면 어땠을까? 축처진 마음이 한 시간 뒤면 늘 제자리로 돌아왔을 텐데...


앞이 안 보일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루 한 시간 몸 움직이기를 그 무엇보다도 우선 순위로 놓아보자. 최소한 죽지 않기 위하여. 버티다보면 좋은 날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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