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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Sep 21. 2016

칼 쓰는 법

죽이지 마세요


펄떡이는 잉어 한 마리

의기양양 들고 와선

푹, 푸-욱,

눈동냥한 칼질로 배를 가르고

내장까지 꺼내도 날뛰는 녀석

서슬 푸른 두 눈에 진땀 뺀다


다시 걸음한 어물전에서

칼놀림을 눈여겨본다

탁, 칼등으로 한방에 기절시키고

사후 처리도 일사천리다


나는 너에 기대 먹고 살고

뉘는 너를 고아 보신하니

네 갈 길 편하고 수월하길


쑤시고 자르는 칼날만 알아

험한 길 떠나보낸 서툰 칼잡이

허세 부려 될 일이 아니라고

고수 앞에 옹색하게 손을 모은다


그냥, 죽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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