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지 마세요
펄떡이는 잉어 한 마리
의기양양 들고 와선
푹, 푸-욱,
눈동냥한 칼질로 배를 가르고
내장까지 꺼내도 날뛰는 녀석
서슬 푸른 두 눈에 진땀 뺀다
다시 걸음한 어물전에서
칼놀림을 눈여겨본다
탁, 칼등으로 한방에 기절시키고
사후 처리도 일사천리다
나는 너에 기대 먹고 살고
뉘는 너를 고아 보신하니
네 갈 길 편하고 수월하길
쑤시고 자르는 칼날만 알아
험한 길 떠나보낸 서툰 칼잡이
허세 부려 될 일이 아니라고
고수 앞에 옹색하게 손을 모은다
그냥, 죽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