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면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에서(예를 들면 다대 도서관) 생계와 상관없는 책을(예를 들면 세계 문학 전집) 읽다가 졸다가 바다 한번 쳐다보다가 지루해지면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
비가 곧 쏟아질 듯 흐린 날에 제법 거센 바람을 거스르며 마치 어디라도 시간 맞춰 가야할 듯 바삐 그러나 실은 목적지도 없이, 오로지 바람을 맞기 위해서 하염없이 걷는 저녁...
따뜻한 라떼와 맛있는 생크림 조각 케익을 사이에 두고, 만나도 몸이 아프지 않은 지인들과 별 것 아닌 이야기에 까르르 몸이 젖혀지도록 웃는 장면.
가장 최근에 내 맘을 따뜻하게 해준 한 컷은 기둥이다.
오래도록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부산에 몸 눕힐 공간 하나를 마련했다. 그런데, 모든 수업을 화상수업으로 바꾼 뒤에 요 일년간 언니며 남편을 부추겨 자주 부산에 걸음하면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수업하는 동안 동행자는 마냥 조용히 있거나 방을 나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남편은 불평을 말하진 않지만, 코를 골면서 잘 때마다 깨우기가 미안했고, 언니는 이제 내가 수업하는 날은 같이 안 가겠다고 선포를 했다^^.
물론 언제라도 방이 두 개 있는 곳을 얻으면 되겠지만, 그렇게 풍족하면 애초에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