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환상통

동생이 쓰는 누나 일기

by 함완

누나와 한집에서 살 때가 두 번 있었다. 2003년과 2009년. 남매의 동거는 매번 호기롭게 시작되었지만 두 번 다 짧게 마무리되었다. 남매의 사이는 언제나 그렇듯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의 집값은 남매의 불화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히 지독했기 때문이었다.


누나는 날카롭고 고집이 센 편이었다. 그건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피는 진했다. 그 성격 강한 두 사람이 매일매일 부딪히며 살다 보니, 하루에 한 번은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로 다툴 수밖에 없었고 싸움이 끝난 뒤에는 입도 방문도 닫혔다. 그게 2003년의 일이었다.


2009년 누나와 다시 같이 살게 되었을 때, 나는 2003년을 재현하며 서로를 좀먹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고 역사는 반복되었고 우리는 또다시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웠다. 말하고 지내지 않는 날이 늘었고, 각자가 각자의 밥을 해 먹었고, 서로를 각자의 삶에서 밀어내는 시간이 늘었다. 화가 늘어날수록 누나의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줄어갔다.


누나의 얼굴을 본 지 오래되었던 어느 날부터 집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뭔가가 썩어 가는 듯한, 코끝을 찡하게 때리는 역한 냄새. 삶에도 죽음에도 속하지 않는 악취가 집안 어딘가에서 풍겨왔다.


나는 오래 굳게 닫혀 있었던 문을 열었다. 악취가 진동했다. 누나가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누나를 불렀지만, 누나는 답이 없었다. 몸을 흔들었지만 누나는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고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살펴보니 뒤꿈치, 몸의 끝부분부터 썩어가고 있었고 그 염증으로 누나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누나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응급실에서 흰 뼈가 다 드러나도록 썩은 살을 도려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누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살아 있는 몸이 썩는다. 몸도 더 이상 삶을 위한 노력을 포기했다. 자기 자신을 버렸다는 선고였을까. 몸이 버린 몸은 약물과 수술로만 생명을 유지하게 할 수 있었다. 포기하려는 몸을 여기까지 질질 끌고 왔다.


며칠 전 갑작스러운 고열로 누나는 병원에 또 입원했다. 병원에 입원한 누나는 자고 일어나니 발가락이 사라졌다고 했다. 의사는 이미 발가락은 거의 썩어서 사라졌었고, 사라져 버린 것이 남은 것들마저 앗아가지 못하게 마무리만 했다고 했다. 누나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며 화를 냈다.


벌에 쏘인 듯 부어버린 누나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부모님께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자신이 직접 이야기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약기운에 취해 누나는 잠들었지만, 자는 동안에도 미간의 깊은 주름은 펴지지 않았다.


원래 있던 것이 사라졌다. 잘라낸 것도 아닌데 사라졌다. 걱정되기 시작했다. 없는 발가락이 아프면 누나는 어디를 만져야 할까. 없어진 것의 통증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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