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통점

by 함완


"살이 아려."


엄마는 어제 갑자기 말했다. 누나를 보면 어깻죽지부터 손가락 끝까지 살이 아려온다고 했다. 누나가 당뇨를 앓게 된 지 20년이나 되었고, 응급실에 실려 가 큰 수술을 받은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엄마는 그때처럼 지금도 누나의 아픔에 살이 아린다고 했다. 자식 대신 당신이 아픈 게 낫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에는 항상 "부모는 그런 거야."라는 말을 덧붙였다.


엄마 눈에 눈물이 마르는 날이 없었다. 누나 생각만으로 닭똥 같은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모든 게 본인의 죄가 아니었을까. 당신은 누나를 낳기 전 무슨 잘못을 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곤 했다.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는 '자신을 탓할 이유'가 필요했다.


"근데 이제는 마른 눈물도 안 나와."


누나의 합병증이 심해질수록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일이 잦아졌고, 여러 수술을 받으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 시간을 겪으며 어머니는 더 이상 눈물을 뚝뚝 흘리진 않았다.


슬픔이 잦아들고 찾아온 건 지난한 싸움이었다. 누나는 답답한 시골 생활을 견디지 못했다. 한 집에 성인이 같이 살기 위해서는 모두가 '젠틀한 짐승'이 되는 일이라고 한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가족이란 존재가 그렇지 않은가. '젠틀'할 수 없다. 서로를 물고 뜯는, 온갖 마음을 다하는 것이 가족이지 않던가.


혼자 살게 해달라는 누나를,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데도 내보낼 수 없었던 당신은, 말 그대로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누나는 괴로워하며 엄마를 괴롭혔고, 엄마는 악을 쓰며 버텼다.


누나는 신음을 달고 살았다. 몸을 앞뒤로 흔드는 일은 그에 더해진 추임새였다.


"아파하는 소리 좀 안 내면 안 될까? 엄마가 미쳐버릴 것 같아."


엄마는 누나의 신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죽음으로 끌려가며 살겠다고 내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귀가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지는 그 소리.


엄마는 "야, 차라리 같이 죽자. 죄는 내가 받을게."라고 말했다. 누나가 매일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흔드는 그 고통에, 엄마는 본인의 손으로 모든 고통을 끝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도 우리 다 같이 끝내자며, 죄에 대한 벌은 달게 받겠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던 때가 있었다. 당신들의 손에는 죄가 아닌 슬픔이 칠해져 있었다.


이제 엄마의 통점은 온몸을 돌고 돌아 살에 자리를 잡았다. 낡은 육신보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말한다. "부모 마음은 그래." 지금도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고. 부모는 그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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