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생멸하는 것들

by 함완

#장면 1


의사는 엄마의 2차 항암제가 더는 듣는 것 같지 않다며 3차 항암으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CT 판독 결과 암이 더 번졌다. 엄마는 이제 기차를 타고 내려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엄마를 뒷자리에 눕히고 4시간을 달려 고향집에 도착했다. 엄마는 집에 와서도 다시 누웠다.


“엄마, 아파?”


“응.”


“약 먹어야 할 것 같아?”


“응. 약 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일, 고통스러워할 때 약을 챙겨주는 일 정도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



#장면 2


그를 집에 바래다주는 차 안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의 암이 더 번졌더라. 엄마의 통증은 더 심해지고 있고… 마음이 좋지 않아. 그래서 너에게서 다정한 위로를 받고 싶었어.”


“이렇게 위로받고 싶다고 말한 사람에게 위로해주면 그게 정말 위로일까.”


“그런가. 그저 내 마음이 그랬었어.”


잠시의 침묵이 이어졌고, 그가 침묵을 깼다.


“새로 산 노트북 성능이 너무 좋아.”



#장면 3


친구가 사는 건물 앞에 그림 십수 점이 나와 있었다. 단 하나의 그림만을 제외하고 다 뒷면을 보인 채 세워진 그림들. 머지않아 이 동네를 떠나는 그녀는 자신이 십수 년 동안 그린 그림들을 버렸다. 모두 버려야 새로 그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다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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