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0일.
난생 처음 회사에 매서운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역시도 위태위태하게 생각되었지만 가까스로 버티게 되었다.
올 들어 부쩍 일이 줄어들었다.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숙제이자, 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당연히 회사에게 내가 전부가 아니듯, 나에게도 회사가 전부는 아니다.
(회사에게 나보다, 나에게 회사가 실제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나에게 기쁨 주고 영광 주고 일하는 즐거움과 월급의 안락함을 주는 회사가 분명 고마운 존재인 것은 맞지만, 그러나 영원히 함께하는 가족은 아니니까. 우리도 언젠가 갈라설 날이 올 것이다.
조직을 위해 얼만큼 희생해야 할까?
희생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
그 말을 누군가는 강력하게 믿고, 누군가는 강력하게 부인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깊게 고민해야할 요소가 있다.
하나, 어디까지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기대가 있다면 그것은 투자다. 희생이 아니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이것은 희생이 아니다.
둘,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일까.
투자가 아니라면 더욱 희생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삶이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무언가 증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잠시도 허투루 쓰여선 안 되기 때문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그릇된 방향으로 흐른다고 하면 그것 또한 희생이 아니며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 조직을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까?
희생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희생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회사라는 존재, 나의 일, 그리고 나의 삶을 종합적으로 뒤돌아보는 연말이 되고 있다.
2020년 겨울,
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냉혹한 겨울.
진보의 크기는 그것이 요구하는 희생의 크기에 의하여 평가되는 것이다.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