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4일
회사를 옮긴지 두달 하고 반이 지났다.
여러 번의 이직 끝에 지금, 다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사회 초년생일 때에 비하면 회사에 거는 나의 기대가 현실적으로 바뀌었고, 조직보다는 일 자체로서의 가치에 대해서 더욱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기준이 생겼다.
살면서 그동안 보아온 면접들을 돌아보면 모두 즐거웠다. 나는 말하는 것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면접을 잘 본 것은 아니다. 입사 면접은 아무리 잘 준비해도 지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다 잘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고 그런 경우 돌아보았을 때 고쳐야 할 실수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채용은 '자리'를 정해놓고 사람을 뽑는다. 어떤 사람을 뽑을지 목표 대상을 정해놓은 후, 지원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사람들을 선발한다. 결국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 사람이 얼마나 그 자리에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서류를 합격해 면접을 보는 경우엔 당연히 그 사람을 채용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이지만, 반드시 채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력직 이직의 경우, 필요에 따라 전형에 없던 4차, 5차 면접을 통해 조금 더 대상자를 면밀하게 검토하려고 할 때도 있다.
면접 자리에서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점을 애써 감추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는 없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장점을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이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면접이란 이렇다는 개념을 갖고 있어도 막상 면접 대상자가 되면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면접에서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질문 하나가 생각난다.
"지금 재직중인 회사의 이사님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까?"
대표님도 아니고, 팀장님도 아닌, 이사님이라니.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고, 어디까지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하나 적지 않게 당황하기도 했다. 이사님은 냉정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자주 하시는 분이었지만 따뜻한 분은 아니었고, 평소 꼰대 같은 면모가 있어서 그다지 닮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그를 싫어하고 있었다. 그를 떠올리자, 나는 좋은 대답을 잃어버렸다. 절대로 좋은 평가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 질문은 어떤 의도였을까? 어쨌든, 한참 고민 끝에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좋은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의 단점들을 하나 하나 내 입으로 줄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해당 면접에서 떨어지고야 말았다.
나무는 제 손으로 가지를 꺾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제 미움으로 가까운 이들을 베어버린다.
-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