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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ted Creative and Design Apr 10. 2023

‘하이파이브’ 제작기 1. 이게 되네요?

원티드 HR 컨퍼런스 하이파이브 프로젝트에 대한 BX 부문의 짤막 회고록


안녕하세요. 원티드랩 브랜드 디자이너 오수민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저번 브런치 포스팅은 원티드에 갓 입사하고 나서 뉴비의 마음으로 글을 썼었는데, 이 글을 적는 지금은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네요.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이내 그 기억들이 선명해집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하여 1년간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 프로젝트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1년 중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프로젝트입니다.






HR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원티드는 여러 서비스들을 담고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HR 플랫폼 서비스라는 것이죠.
HR.. HR.. 많이는 들어봤는데요, HR 이란 Human Resources의 줄임말입니다. ‘인간 자원.’ 인간을 자원이라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괜히 씁쓸합니다. 원티드에 입사하기 전, ‘HR’ 하면 링크드 인에 각 잡힌 정장을 차려입은 프사를 한 헤드헌터 분들의 이미지가 떠올랐었는데요, 제가 원티드에서 만난 HR분들은 경직되어 있긴커녕 모두 따듯한 심장을 가진 한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아닌 GPT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GPT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GPT가 조금은 무섭습니다. GPT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제가 무서운 걸까요? 아무튼, HR 직군에 대한 인식은 변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글에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HR은 여전히 진중하고 딱딱한 느낌의 비주얼들에게 점령당하고 있었습니다. 




휴먼 리소스의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휴먼을 찾아보기가 힘들군요.




원티드의 HR 컨퍼런스는 어때야 할까?

원티드에서 HR 컨퍼런스를 연다면, 저와 GPT의 바람처럼, 기존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는 HR 이미지에 변화를 반영한 브랜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티드는 비즈니스적으로도 디자인으로도 기존 HR 업계의 공식을 깬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원티드에서 하는 HR 컨퍼런스도 기존 HR 컨퍼런스의 공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이번 저희 BX 부문의 목표였습니다. 고루한 이미지 탈피를 위해 트렌드를 반영하되, 기존 HR 이미지와의 갭 차이로 인해 유저들에게 들 거부감은 줄여야 했기에 너무 트렌드 하지는 말아야 하며, 말랑말랑하고 인간 냄새가 나는.. 그런 뚱카롱 같은 브랜드 디자인이 필요했죠.



브랜딩 하기

그러기 위해선, 행사를 이끄는 팀과 논의하여 컨퍼런스 명칭도 말랑하게 바꿔야 했습니다.
처음에 협업 팀에서 가져오신 이름은 re: Think, re: Design, re: Connect이었는데요, 네이밍이 너무 길기도 하고 기존 HR 컨퍼런스에 자주 보이는 Connect라는 직접적인 단어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어요. 여러 네이밍 후보들이 있던 가운데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컨퍼런스의 이름은 ‘하이파이브'였습니다. 하이파이브의 어머니 고영진 님의 브랜딩 썰을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원티드 크리에이티브 팀 고영진입니다.
이번 HR 컨퍼런스는 원티드에서 무려 3년 만에 준비한 오프라인 행사였어요. 지속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해 왔던 저희에게는 여러 의미로 매우 중요한 행사였죠.

행사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기획을 시작할 때 먼저 원티드가 이 행사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했습니다.
-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HRer. HR에 진심인 사람들을 모으고, 인사이트를 나누고, 연결하는 것.
이어서 아래와 같은 키워드를 뽑아보았습니다.
- 연결, 친근한, 주제는 무겁지만 분위기는 가볍게, 유쾌한, 동적인, 밝은, 신뢰가 가는.

여기서 사람들과 연결이라는 메타포에 집중을 했고 오프라인 행사의 동적인 감정을 담아 하이파이브라는 단어를 제안드렸습니다.
하이파이브를 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기쁨의 표시로 두 사람이 팔을 들어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는 것. 동지애와 축하의 제스처이다. 보다 더 복잡하게 만든 손바닥 마주치기로 사회조직이나 팀 내의 동료의식을 나타낼 수도 있다.”
네이밍을 정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슬로건도 만들게 됩니다.
- 마주치며 나아가는 사람들

이렇게 ‘마주침'과 ‘하이파이브’가 만나면서 서로 대면하며 얼굴을 마주하는 마주침, 손뼉의 마주침 두 가지의 중의 적인 표현도 가능해졌습니다.
나다운 일을 응원하는 원티드의 메시지. 그리고 3년 만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마주치게 되는 HR 직군의 사람들의 동지애를 응원하는 마음이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마주침..’ 정말 멋진 의미인 것 같아요. 팬데믹 이후의 첫 오프라인에서의 마주침에는 눈'맞춤'도 가능하고 손뼉도 ‘마주칠’ 수도 있고요.. 마주침이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네요. 하지만 저는 온라인의 마주침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과도 마주쳤다고 생각하거든요. 역시 한글은 위대합니다.
행사명과 컨퍼런스가 전하는 메시지가 정해지고 나서는 비주얼 작업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아래와 같은 비주얼들을 GPT처럼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이파이브 행사 아이덴티티 디자인 더보기...➡️



결과 : 이게 되네요?

두괄식으로 말씀드리자면, 성과는 엄청 좋았습니다.
HR 관련 컨퍼런스의 딱딱한 이미지를 완전히 깬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평가받았고, 더불어 당일 소셜 미디어에서도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디자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으로 다수였습니다.
총 신청자 수 1,678명, 대기자 409명으로, 빨리 솔드아웃되고 하이파이브 홈페이지 오픈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얼리버드 티켓도 하루도 안되어 판매 완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마치며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중 아쉬웠던 부분을 먼저 회고해 보겠습니다.
좋았던 점으로 마무리 지으며 좋은 걸 더 강조시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
대행사 없이 진짜 말 그대로 A부터 Z까지 챙겨야만 했어요. 사소한 콘텐츠 위치 배정 및 방문객 동선 예상까지 컨퍼런스의 전반적인 운영 부분까지 참여하게 되어 진짜 힘들었어요. 코엑스 측에서도 “대행사 안 끼고 이걸 준비하셨다고요..?” 하시며 혀를 내두르시는 걸 보고 우리가 안 되는 걸 되게 했구나.. 하고 깨달았죠. 물론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배우며 성취해 가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운영 부분에 디자인 휴먼 리소스를 쓴 만큼 디자인에 투자해야 하는 타임 리소스가 빠듯했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디자이너 여러분! 꼭! 대행사와 함께 하세요. (약속)

좋은 점
성과가 좋아서 좋았습니다. 역시 과거 미화는 빨리 진행되고, 결국 결과가 남는 걸까요?
비주얼이 좋으니 모객도 잘 됐고, 참여자 피드백도 좋으니 칭찬받은 고래는 결국 춤을 추게 되었죠. 괜스레 이번 성과급을 기대하게 됩니다.. 김칫국이 참 시원하네요.
위에 아쉬운 점으로 꼽기는 했지만, 세상의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죠. A부터 Z까지 프로젝트의 전반을 경험해 보고 프로세스를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디자이너로서도 또 디자인 포트폴리오에도 큰 가산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프로젝트를 해낸 우리 팀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합이 좋은 팀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번아웃이 올 만도 했지만 저희 팀 분들은 악으로 깡으로 맺어진 뼈자이너들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정말 지독합니다. 



마무리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 그리고 업계의 거시적인 변화를 디자이너가 바꾸거나 선도하기는 한계가 있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역시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흐름과 변화에 걸맞은 브랜딩을 하고, 비주얼을 입히는 일을 통해 또 새로운 비주얼을 제시하고, 이미지를 먼저 바꾸는 일은 가능하다는 디자이너로서의 소명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원티드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세상의 모든 디자이너들을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브랜드 디자이너 오수민

사진. 영상 디자이너 전예리


하이파이브 비핸스 보러가기

디자이너가 개발하고 디자인한 하이파이브 웹페이지

하이파이브 귀여운 티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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