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구하기의 어려움
퇴사 전까지는 아직 회사에 메인 몸이라 시간을 편히 쓸 수 없다.
평일에는 퇴근 후 네이버 부동산으로 부산 곳곳을 로드뷰로 찾아다니고, 주말에는 평일에 찾아 놓은 곳으로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았다.
직접 가서 보고 괜찮은 곳은 부동산에 연락해 봤는데 이것도 내향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선뜻 전화를 거는 어려움이란.
보증금, 월세 다 예산 범위에 평수도 나쁘지 않은 곳, 레트로 감성으로 인테리어를 꾸미면 좋을 것 같은 곳을 찾았다.
권리금은 처음부터 없는 곳으로 알아봤다. 그래서 더 찾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권리금까지 줘가며 계약하기엔 예산이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책을 더 사고 싶다.
아침 출근 전에도 가보고 저녁에도 가보고 주말에도 가보고 부동산에 연락해 직접 내부도 들어가 봤다.
입구가 좁은 대신 안쪽으로 긴 구조다. 그래서 옆에 식당과 입구가 너무 붙어 있다.
처음엔 보이지 않았는데 저녁 무렵 가니 이게 눈에 밟혔다.
뒷문 없이 입구는 하나. 쓰레기도 입구 쪽에 버린다. 그 입구가 너무 붙어 있다.
내부는 얼마든지 꾸밀 수 있지만 옆가게까지 내가 어쩔 수는 없다.
내가 그리는 책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책방이 하나 사라졌다.
다시 처음부터 알아봐야 한다. 그나마 가계약을 하기 전 마음을 바꿔서 다행이다.
2순위인 집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은 이미 누군가 계약을 한 상태다.
결국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일주일에 하루 밖에 없는 휴일을 써가며 같이 다녀주고 있는 신랑이 화가 났다.
완벽한 곳은 없다. 차츰 하나씩 포기하게 된다.
일요일 점심. 오랜만에 친한 동생과 점심을 먹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근처를 돌아보는데 임대가 붙어있는 작은 상가가 보인다.
카페거리 인근이라 골목이 예쁘다. 아기자기한 곳이 많다. 마음에 든다.
일요일이라 사진만 찍어두고 고개를 돌렸는데 임대를 내놓은 부동산이 바로 앞에 있다.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계세요?"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전화를 해보니 핸드폰이 여기 있다.
좀 더 기다리라는 듯 밖에는 비가 온다. 비도 피할 겸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한참 후 드디어 부동산 아저씨가 왔다. 가격대를 물어봤는데 예산 초과다. 상심하고 있으니 바로 코너 돌면 자리가 하나 있다고 하신다.
우산을 빌려 쓰고 같이 가서 봤다. 골목 안쪽이지만 고개만 돌리면 보이고, 예산 범위 내다. 운명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