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1년

딸, 며느리 다음 주 퇴사합니다

by 하고싶은

아빠에게.

이미 다 저지르고 나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통보를 했다.

혼자 있는 아빠가 끼니는 잘 챙겨드실지 걱정돼 매주 일주일치 반찬과 국을 해 놓기 위해 친정에 간다.

결심을 하고 벌써 몇 주나 지났고, 아빠의 얼굴을 본 것도 몇 번째인지 모른다.

섭섭해서일까 별다른 말이 없다.

그만두고 뭘 할지 물어보기에 책방을 작게 할 거라고 했다.

더 물어보지도 않는다.

도리어 내가 물어봤다. 궁금한 게 없냐고.

"이제까지 알아서 잘했으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나중에 문 열면 위치나 알려줘 한 번 구경 가게."

그 말에 눈물이 고였다.

이렇게 믿는데 내가 어떻게 딴짓을 하겠어.

예상보다 더 무난한 대화가 오갔다. 얼추 정리가 되면 저렇게 이야기해도 가장 궁금해할 아빠 먼저 보여줘야지.

걱정보다 그냥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두근두근 드디어 시댁에도 말했다.

신랑은 어찌나 옆에서 놀리던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얼른 빨리 말하라며 어찌나 재촉을 하던지.

오늘은 무조건 말하려고 왔지만 조금 더 미루고 싶었는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밥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밥 먹기 전부터 이야기하면 드시다가 체하시면 어쩌려고. 이것도 다 핑계겠지. 잘 다니던 회사 아직 젊은 나이지만 또 그만둔다고 하면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오히려 말하려고 하는 내가 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랑의 눈짓에 당장 퇴사 후 책방 창업 계획이 아닌 이미 장소까지 정해져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조금 놀라시긴 했지만 어머님은 "아직 젊으니 해보고 싶은 거 해봐."라고 해주시고, 아버님은 어머님이 갈 곳이 하나 더 생겼다고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1년만 하고 싶은 걸 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 1년도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방 오픈 첫날 저녁. 책방 구경을 오셨다.

둘째 날 저녁. "오늘은 재미있었니? 밥은 잘 챙겨 먹었니? 물어보신다.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 당연한 거겠지.

그래서 블로그도 더 꼬박꼬박 쓴다. 저 열심히 하고 있어요. 혼자여도 바쁘게 움직이며 생각하며 매일매일 재밌게 보내고 있습니다.

후회 없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매일의 나를 기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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