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의 글이 누군가의 편들기가 되기를..."

by 와온

저는 28년 차 제복 입은 공무원입니다.

이 제복은 유령으로 늙어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청구한 '존재의 갑옷'에 가깝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비가시적 존재가 되어 엄마의 ‘동거인'이라는 활자로 추방당했던 유년의 저는, 이 차가운 상징계의 심부로 스스로를 밀어 넣은 후에야 비로소 가시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좌표는 언제나 경계 위에 찍혀 있습니다. 제복이라는 권력을 수행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사면받지 못한 채 유배지를 부유(Precarity)하는 소년의 고독을 응시합니다.

그래서 저의 통찰은 지독하게 납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오직 제가 아파본 결핍의 너비만큼만 타인을 환대하고,
제가 외로워본 소외의 깊이만큼만 타인에게 말을 겁니다.
인간이 이 세계를 '의인화'라는 해석의 감옥 안에서만 이해하듯, 저 역시 제 경험 안에서만 타인의 균열을 읽어낼 뿐입니다.


제 글들은 어떤 주장이라기보다, 제가 선 이곳에 이르기까지의 망설임과 선택을 기록한 일종의 흔적이거나 아카이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일맥상통하지도, 초지일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순과 이율배반, 균열과 빈틈들이 얼기설기 뭉쳐진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상블라주(Assemblage)입니다.


이 세계를 정면으로 맞선 자가 아닌,
그 앞에서 계속 미끄러지는 한 개인의 기록으로서,
유일한 ‘나의’ 진실입니다.


거창한 투쟁은 저의 깜냥이 아닙니다.

대신 저는-비겁쟁이같이-저의 좁은 경계면에 바짝 붙은 채, 언어의 한계에 부딪혀 비틀거리면서도


조약돌 하나 뒤집어 작은 물길정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조약돌을 뒤집는 마음으로.png

이 납작한 성찰의 조각들이 누군가에게는 각자의 고독이 긍정받는 작은 편들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성찰의 첫 번째 조약돌을 뒤집어봅니다. 이어지는 글 ── <나는 엄마의 동거인>


"본문의 이미지는 작가가 AI와 협업하여 시각화한 기록입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