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제부터 국 같은 거 따로 떠줘’
지난해 어느 날 갑자기 딸랑구가 마치 무슨 독립선언하듯이 이제부터 자신은 국물류의 요리는 따로 떠먹을 거란다.
‘엄마, 된장찌개 따로 떠줘.’
‘엄마, 김지찌개 따로 떠줘’
심지어 ‘엄마, 계란찜 따로 떠줘.’
(다 큰 놈이 지 손으로 떠먹으면 되지...)
나는 딸랑구의 그 선언이 마뜩지 않았다. 글쎄... 뭔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상실감 같은 것.
며칠 전 이른 저녁 밥상.
와이프가 우리 동네 지역공동체 가게에서 비빔밥 나물이 맛있어 보여서 좀 샀노라며 저녁으로 비빔밥을 먹자고 했다.
큰 플라스틱 볼에 밥과 나물, 고추장과 처갓집 표 참기름을 두르고 아내가 맛나게 쓱쓱, 조물조물 비볐다.
나는 식탁에 맛있게 익은 김장김치와 무김치를 올리고, 수저, 젓가락을 꺼내 세팅하고 앉았다. 물론 우리 딸랑구도.
한 양푼이 냄비에 그득 밥과 나물을 비벼 두고 둘러앉아 먹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내 마음에 그려져 행복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었다.
“엄마, 나는 따로 담아줘.”
나는 깜짝 놀라, “야. 딸랑구. 비빔밥은 같이 먹어야 더 맛있어.”
“따로 담아 먹을 거야.”
“왜!”
“더럽잖아.”
간호대를 다니는 딸랑구에게 다시 물었다.
“와? 학교에서 그래 가르치드나!”
지 엄마를 닮은 딸랑구는 대답 대신 가자미 눈을 떠 주었다.
“같이 이렇게 싸우면서 먹으면 맛있는데. 참나...”
‘쳇! 깔끔 떨기는... 내가 입으로 잘라서 지 입에 물려준 총각김치가 몇 갠데...’
이런 게 부모와 자녀의 정상적인 분리인 건가?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일 테지. 그래. 맞아. 그런 것일 테지...
그래도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어느 사이 딸랑구가 남긴 비빔밥 그릇을 당겨와 깔끔하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p.s. 아들? 아들도 물론 있다. 아들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못 한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