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스핑크스

by 와온

부모로서의 내 인생 여정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스핑크스 같은 녀석이다.


‘아빠, 내가 동성친구 좋아하면 허락할 거야?’

‘아빠, 나 문신할 거야. 괜찮지?’

‘아빠, 휴학하고 삼성 SDI 가서 1년 정도 돈이나 벌래.’

‘아빠, 내가 지금 당장 임신해서 애기 낳으면 어떻게 할 건데?’


실상은 가정법을 흉내 내고, 자신의 결심을 통보하는 것임에도 스핑크스 수수께끼 같아서 곤욕스럽다.


동성 친구 수수께끼는 중3 때, 문신은 고3 때, 휴학은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 미혼모 이슈는 대학 3학년 봄 무렵이니 내 고된 인생역정 중 절체절명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스핑크스다. 내 딸은.

‘이성친구와의 관계 맺기에 실패하고서 선택한 궁여치책이 그것이라면 나는 반대다. 그게 아니라면... 사랑은 어떤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허락받고 하는 사랑이 사랑이겠냐. 네가 사랑하면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것 같다.


‘문신? 하고 싶으면 해라. 그렇지만 여전한 사회적 편견이나 경계를 너끈히 받아낼 수 있는 멘털이 된다고 자신이 들면 그땐 해라. 다만, 싼 데 가서는 하지 마라.’


‘힘들면 휴학해라. 까짓것 때려치워도 된다. 안 그러면 더 좋지만... 돈 벌어서 아빠 금반지나 하나 해 주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꼭 엄마와 아빠 둘이서만 나누어 키우는 것은 아니더라. 인생 탓을 아이에게 돌리지 않을 자신 있으면 낳아서 데려와라. 내 손주 내가 안고 빨고 씻겨가며 키워주마. 대신 일주일에 한 번이다.’


조금 전, 딸아이가 당직근무를 하는 나를 응원하겠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라떼 몇 잔을 사 들고 다녀갔다.

‘기생 오래비 같은 놈....’

지금 딸아이는 오른쪽 팔뚝에 나비 두 마리를 새겼고, 4학년이 되어 방학 중임에도 새벽이고 저녁이고 열심히 실습을 다니며 학점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시집 빨리 갈 건데?’를 입에 달고서 오늘도 내 애간장을 녹인다.

나는 내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내가 대신 한 선택들이 그리 괜찮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선택이 궁지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런 선택을 해야할 처지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감시' 중이다.


P.S.
지 엄마 들으면 기절초풍할 부녀의 대화란 건 분명하다. 그래서 비밀유지 중이다.
P.P.S
표지 이미지 속 딸랑구 사진이 실물보다 지나치게 이쁜건 사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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