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건(가명)이는 주택가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훔치려고 키박스를 뜯다가 순찰 중이던 나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스테인리스 가위 한쪽을 손에 든 채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도망치던 종건이를 한참을 뒤쫓아 겨우 막다른 골목에서 붙잡을 수 있었다.
키가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에 힘이 좋았던 녀석을 나 혼자서 겨우 넘어뜨려 수갑을 채우려는데 밤 깊은 주택가 골목에서 녀석이 고함을 질러대며 힘을 써 댔다. 일종의 반항이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수갑을 마저 채우기 위해 옆구리를 한 대 쥐어박고 겨우겨우 제압해 일으켜 세우니 ‘나도 엄마 있어요. 나도 아빠 있어요’라고 소리를 친다.
나는 순간 황당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그동안 경험한 어떠한 검거 현장에서도 듣지 못했던 항변이자,
호소였으며, 자기변호였다.
종건이는 조손가정 아이였다.
할머니와 흙 마당이 있는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집에서 살고 있던 중학교 3학년 짜리 아이였다.
나와의 대면은 그날이 처음이었지만, 내가 근무하는 파출소 관내를 넘어 경찰서 관내 전체에서는 이미 악명이 높은 아이였다.
또래들 중에서도 깡다구가 세고 힘이 좋아서 대장 노릇 하던 녀석이었다. 일종의 보스 기질이 있었다.
이날 이후 종건이는 나를 만나러 자주 파출소를 찾아왔다. 밀면을 얻어먹고 가기도 했고, 햄버거를 얻어먹고 가기도 했다.
녀석은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한 번씩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치 실수인 것처럼.
나는 생각날 때마다 종건이에게 사과를 했다.
‘종건아. 때렸던 거 미안하다.’
‘괜찮아요. 하나도 안 아프던데요.’
하루는 종건이 녀석과 파출소 근처 정자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대뜸 ‘아저씨, 담배 한 대 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녀석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 사이에 겨를 같은 것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내 감정은... 말하자면 배신감 같은 것이었다.
나에게 처음 잡혔던 날 이후로 나는 종건이가 늘 불쌍하고 가여워 모질게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종건이는 갑작스러운 나의 손질에 적잖이 놀란 듯했다.
잠시 내 얼굴을 보더니 뺨을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야 이놈의 자식아.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 다른 아저씨들은 주던데...”
말문이 막혔다.
“종건아... 아들이 아버지한테 담배 달라고 하냐? 어린 조카가 삼촌 한데 담배 달라고 하면... 주냐?”
종건이는 그전까지 무면허인 채로, 미등록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나를 만나러 올 때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종건이는 단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탄 채로 내 앞에 오지 않았다.
파출소가 비탈길 중간쯤에 있는데, 종건이는 나를 만나러 올 때는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서 나를 만나러 왔다. 물론 타고 온 오토바이를 파출소 멀찌감치 세워두고 오는 것이지만.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아저씨가 싫어할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내가 올려붙인 뺨에 대해, 녀석은 그런 염치로 대답해 주었다.
종건이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거나, 훌륭한 어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만난 녀석이 나를 너무 반갑게 대하며 할머니 안부를 묻는 내게, ‘아저씨, 저 할머니 아파트 사드렸어요.’, ‘저 열심히 살고 있어요.’라 했고, 그래서 나는 종건이가 할머니를 사랑하고, 잘 돌보는 청년이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