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규 Jan 10. 2022

신년 계획 하지 않기

계획은 없지만, 목표는 가지기

계획하기 그리고 실패하기


저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데, 연초가 되면 다들 계획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도 30살 언저리까지는 매일의 시간을 아껴보려고 하는 노력들을 연초에 항상 했었다. 그리곤 항상 연말에 돌아보면 되어 있는 것이 없어서 실망했다. 그러면서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이런 삶을 오랫동안 살아보다 보니 늘 못 지킬 바에는 그냥 계획 같은 거 하지 말고 살자 한지가 10년쯤 된 것 같다.


계획하지 않기 하고 싶은 거 하기


그래서 그냥 생각을 바꿨다. 계획하지 않되, 1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고 살자. 글로도 써보고 사람들에게 이거 이거 할 거야!라고 떠벌리며 살자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그냥 나 자신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었다. 시간을 칼같이 지키며, 새벽에 일어나서 대단한 것들을 이루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기로 했다. 그래도 매년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은 하고 살아온 것 같다.


지금부터는 내가 뭘 하고 살아왔는지 몇 가지만 썰을 풀어볼까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별로 이룬 것이 없긴 한데, 그래도 실패해도 좌절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JLPT 일본어 1급 자격증을 따다.


2009년에 일본에서 2년 차 개발자로 매우 바쁜 삶을 살고 있을 때, 일본에 왔으니 그래도 일본어 자격증을 하나 따야겠다라고 생각하고 회사 사람들에게 얘기했더니 부사장님이 고득점으로 합격하라고 부담을 주셨다. 이미 나는 2급 자격증이 있는 상태였고, 딴다고 나에게 뭔가 좋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확실하게 느꼈던 것은 언어 환경이 주어졌을 때 공부하면 효율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일본에 와서도 공부를 안 하고 생존 일본어만 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참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일본어를 좀 더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바쁜 중에 전철에서 회사 오고 가는 길에 공부를 했고, 엄청 고득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합격을 하고도 충분히 남는 점수로 1급 자격증을 땄다.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다.


신입 프로그래머에게 한 권만 추천하라고 하면 나는 무조건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추천한다. 지금까지도 그 책의 교훈은 유효하고 좋은 것들이 많다. '매년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 익혀라'는 내용은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에 나오는 격언 중 하나이다. 책에 있는 대로 매년 새로운 언어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2년이나 3년에 하나 정도는 배워서 써보곤 했던 것 같다. 지금 경력이 14년째인데 7개 정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현업에서 사용해 보았다. 그중에서 파이썬과 자바는 어지간한 것은 다 만들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회사일도 바쁘고 2세도 태어나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걸 못해봤는데, 올해는 러스트로 간단한 거라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블로그를 만들다. 그리고 또 만들다.


블로그를 만들고 부수고 하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연례행사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블로그만 티스토리 블로그, 워드프레스, 깃 헙 페이지, 개츠비 이렇게 4번째이다. 4번째로 만든 블로그가 그나마 쓸만하지만, 편집을 무조건 마크다운으로만 해야 해서 선뜻 글쓰기가 잘 되지는 않는 편이다. 이 글도 원래라면 블로그에 써야 할 텐데 브런치가 글쓰기는 더 편한 것 같다.


인강을 찍다.


재작년 말부터 해서 작년 초까지 4-5개월 정도의 기간동인 파이썬 그냥 재미로  라는 인강을 찍어서 인프런에 올렸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때는 나름 잘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으로 만드니  부족한 부분이 매우 많았다. 그렇지만, 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가지고 있다. 버는 돈은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는 못하긴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조금씩 돈이 벌어지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실패한 것들


매번 실패하는 것이 있다. 책 읽기. 글쓰기. 영어 공부하기. 운동하기. 알고리즘 공부. 그나마 글쓰기는 회사의 글쓰기 클럽에 가입하여 기부금을 내어가며 열심히 쓰고 있다. 좋은 글이든 나쁜 글이든 계속해서 나의 자취를 남기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운동하기도 한때 스쾃 하루에 200개 하기를 100일 정도 했다가, 수영도 하고 달리기도 했었는데, 코로나 + 2세의 탄생과 함께 무산되었다. 영어공부는 단어 외우는 어플로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이 역시나 2세가 태어나면서 집에서 애기가 깨면 안 되니 말을 할 수 없어서 중단되었다. 알고리즘도 20문제 정도 풀고 바빠서 안 하게 되었다. 욕심이 너무 많은가 싶기도 하다.


올해는 무엇을 해볼까


올해는 개발 서적 하나를 쓰는 것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글쓰기도 어려운데, 책 쓰기는 5배쯤 더 어렵다. 그리고 알고리즘도 공부하려고 리트코드 프리미엄 1년 결제를 했는데, 2시간인가 공부하고 안 하고 있다. 자유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그리고 위에서 적긴 했지만 rust라는 언어를 공부하고 간단한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다. 책은 아마도 계약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무조건 해야 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부담이 좀 크다. 교회에서는 함께 성경 읽기 300일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덕분에 성경도 매일매일 보고 있다. 역시나 그룹으로 뭔가 하는 것은 힘이 크다.


사실 게임도 하고 싶고, 웹툰도 많이 보고 싶고 개발 서적도 보고 싶고 커피숍 가서 커피 마시면서 유튜브 보기도 하고 싶고, 영화관 가서 영화도 보고 싶은데 이 모든 활동은 육아와 등가 교환하였다.


중요한 것은 하루를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인생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대로 안되니 계획을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일 년에 한 두 개 정도는 하면서 살면 좋을 것 같다. 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던 취미를 가져보는 것도 좋고, 자격증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고,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혼자 해도 좋고, 사람들과 함께 해도 좋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알차게 쌓아가면 연말에 일 년을 돌아보았을 때 의미 있는 한해였다라고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겪려 해 주게 되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목모임도 나쁘지는 않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