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왕국 북한의 실체 - 2부
'잠수함 왕국 북한의 실체 - 1부'에 이어
560척은 커녕 10여척도 건조되지 못하고, 캔슬될 상황에 처한 로메오 급. 독일 잠수함 설계의 빛나는 승리이자, 현대의 모든 수중 고속 잠수함들의 ‘종(種)의 기원’이 이제 사라지게 된다.
이때 나타났던 구원투수는?
당시의 신생 공산국가, 중국이었다.
"폐기 처분하려면 우릴 줘."
건조 시설을 몽땅 다 달라는 것이다. 위스키 때는 부품만 가져가, 그걸 중국 내에서 조립 건조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건조 시설 자체를 달라는 것(물론 적당한 돈이 수반되겠으나...). 나쁠 게 없었다.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하는 사회주의 형제국이고, 또 당시는 두 나라가 밀월 사이 아닌가?
러시아 각 조선소의 건조 시설들이 뜯겨져 해체되고, 지구 반대편으로 옮겨진다. 중국판 로메오의 시작이다. 모두 합쳐 100척(황재연 저 ‘한국 해군 잠수함’에선 84척, 또 다른 데선 77척으로 잡기도 한다). 소련 해군의 바람이었던 560척까지는 미치지 못 하나, 그래도 상당히 많은 척수다. 전쟁이 아닌 시기에, 더구나 신생 중국에서의 건조 아닌가?
차근차근 건조를 계속하던 중국은 수량을 채워간다. 마지막 100번째로 건조된 잠수함이 도크에서 떠나고, 뒤이어 중국은 자기네가 이 로메오의 후계함을 만들기로 한다.
밍 급이다. 중국은 잠수함에다, 자기네 땅에 세워졌던 통일 국가들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데, 밍이라는 건 명나라의 명(明). 1990년대에도 1년에 1척씩 슬로우 템포로 건조 중이라는데, 어찌됐건 제2차 대전 시의 이 U-21형 잠수함. 명줄이 무지 길다. 중국판 로메오가 거의 단종이 돼 간다 싶었는데, 밍 급이라는 게 또 그 혈통을 이어가게 되니.
2003년에 척당 1억불에 2척을 계약, 이후 중국으로부터 밍급을 넘겨받는 방글라데시 해군. 출처: b-29s-over-korea.com
옛날의 그 독일 U-보트 설계자들,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수 십 년 후 지구 반대쪽 중국에서, 자기네가 만든 설계도를 기본으로 후속함이 계속 만들어지리라는 사실을. 그러나 중국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 옆 나라에서도 만들어진다.
북한이다.
로메오급 건조가 거의 끝나가는 중국 일부 조선소 시설이, 북한의 마양도라 하는 곳으로 옮겨지게 된 것. 많은 수의 중국인 기술자가 이때 같이 입국, 많은 도움을 줬다는데, 북한의 본격적 디젤 잠 건조는 바로 이때부터였던 것이다.
예전, 필자는 로메오 급들이 ‘북한 자체 건조’라는 얘기에. 한편은 놀라면서, 한 편은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다.
“아니! 북한의 공업력, 기술력이 그렇게 뛰어나? 수중 배수량 2천 여 톤의 항양(航洋)형을 자기네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그것도 또 20여 척이라는 많은 숫자를.”
결코 그런 게 아니었다. 중국이 마양도에다 건조 시설을 거의 만들어 준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건조가 시작된다. 처음의 1년째엔 2~3척을 건조하겠다는 야무진 계획까지 세워서... 물론 이게 힘에 겨웠는지 곧바로 2년에 1척 꼴로 뒤바뀌지만, 어쨌든 계속 건조해 나간다.
그래서 15번째 최종 함이 만들어진 건 1988년. 여기에 플러스되는 게 있으니, 중국으로부터의 완성품 도입이다. 그것도 1~2척이 아닌. 무려 7척. 그래서 최성시의 북한 로미오 급은 그 22척이 되는데. 진작 러시아에서 도입한 위스키까지 합하면 26척이다.
수상 함정과 합동 훈련 중인 중국의 로메오 급, 북한 것과 똑같은 타입으로 추정된다. 출처: nosint.blogspot.kr
슈노켈 상태, 다시 말해 ‘돼지 코’만 물 위로 내놓으면 1만 킬로를 갈 수 있고, 몸 전체를 내놓는 수상 항해라면 3만 킬로를 갈 수 있다. 거기에 발사관 8개에 어뢰 탑재량은 14발, 전투에 들어가면 안전 잠항 심도가 984피트, 미터법으로 환산해 3백 미터까지 내려갈 수 있는(위스키 급은 이보다 떨어진다), 우수한 항양 형 디젤 잠이 26척!
그야말로 잠수함 강국이고 왕국이다. 경제력도 없고, 인구도 적을뿐더러 이렇다 할 자원도 없는, 극동의 소(小) 국가가 막강한 디젤 잠 파워로 등극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왜 잠수함에 이런 과욕을 부렸을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해도, 결국 승패의 키는 지상전이 될 텐데...
그게 그렇지 만은 않다.
대한민국은 실질적으로 섬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같은 섬나라.
북쪽 평양에서 남쪽을 볼 때 어떻게 보일까? 오갈 데 없는 섬이다. 위로는 휴전선이 막혀 있지, 양 쪽 옆구리와 아래쪽도 바다로 둘러싸여, 육로로는 갈 데가 없다.
반면 북한은 대륙과 연결돼 있다. 한쪽은 중국이고 한쪽은 소련이다. 비자 문제만 해결되면 열차나 자동차를 타고, 모스크바나 북경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다. 따라서 보급을 해주느냐 안 해주느냐의 문제지, 보급로가 막히진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게 안 된다. 대륙 길을 북한이 막고 있어, 모든 걸 바다로부터 들여와야 하니까. 재정적 압박이 극심한 가운데에서도, 북한이 다량의 잠수함 건조에 나선 게 바로 이런 발칙한 이유다.
“남반부를 바다로부터 고립시킨다!”
알다시피 잠수함은 어뢰만이 아니라, 기뢰도 꽤 많이 갖고 다닌다. 로메오 급 기뢰 탑재량이 척당 28개씩이니, 그걸 남쪽 바다로 은밀히 침투, 풀어놓는다고 해봐라. 10척만 이 짓을 해도 280개다.
해저 기뢰들. 출처: hiveworkshop.com
그래서 대한민국의 바다는 기뢰가 드글드글한 위험천만의 해역이 되고, 부산이나 울산, 진해, 광양 등은 항구로서의 기능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그러나 북한의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스키나 로미오 급들, 모두 장거리 잠수함 아닌가? 그래서 일부는 외양(外洋)까지 진출, 미국이나 여타 해외에서 오는 수송선단을 중간에서 뇌격한다.
또 막판으로 몰리면 남중국해를 내려가 중동에서 오는 원유 수송선도 노릴지 모른다(이 경우는 최후의 시나리오지만). 이렇게 되면 한반도 허리로 보급이 올라가질 못 해, 한 미 연합군은 난관에 봉착한다.
전투의 귀신이던 롬멜도 보급이 안 되니, 몽고메리에게 패하지 않았던가? 작전에 있어 게임도 안 된다는 몽고메리에게. 그렇다, 허리가 휘면서도 잠수함 왕국으로 올라서려는 평양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바닷길을 끊어, 남반부를 고립시킨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만약 60년대나 70년대 초쯤 터졌다면, 북한의 이런 시나리오가 일부 먹혀들어 갔을지 모른다. 어쨌든 위스키나 로메오, 당시로서 괜찮은 디젤 잠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영화 Back to the Future의 그 미래조차도 지나가버린 21세기다. 강산이 몇 번 변하고도 남는 세월.
경제력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했고, 군사력도 그에 발맞춰 착실히 성장을 계속했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 북한을 앞 선지 오래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
거기에다 진작 6~70년부터 장비했던 북한 무기들은 갈수록 녹슬어가고, 국군의 무기는 갈수록 신형으로 대체되는 중이다.
따라서 21세기, 지금 전쟁이 터지고, 로메오 급들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저들 시나리오대로 활동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에 그들이 뭔가 해 볼 요량으로, 한미 해군한테 접적(接敵)을 시도한다면, 아마 살아 돌아가기 힘들 거라고. 분명 어렵지 않게 로미오 급을 사냥한다.
공격당하는 독일 잠수함. 출처: wararchives.net
사진을 보면서 저기 저 독일 잠수함 속, 승무원들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어떨까? 최소 48명이나 되는 그들은 지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참혹한 공포 속에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항구를 떠나 올 때 '하이마트'를 다짐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그들은 모두 집에서 너무 멀리 왔다.
사진 설명에 의하면 아순센 근해라고 하는데, 아순센이라면 북대서양을 한참 내려 가, 더군다나 지금 4대의 미군 비행정과 2대의 쌍발 폭격기가 공격 중인데(모두 6대, 그래서 이 극적인 순간을 찍을 여유가 있었나 보다), 사냥감이 된 독일의 U-848호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저 만신창이가 된 체 침몰해, 영원한 다이빙을 하는 수밖에,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심연의 해저로...
그러나 아예, 그전에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접적보다 먼저 생각해야 될 것. 북한 잠수함들을 너무 저평가하는지 모르나, 도대체 몇 척이 싸우러 나올 수 있나?
그러니까 자기네 기지에서, 출동할 수 있는 척수. 갖고 있는 척수 중에서 2~30프로 정도? 다시 말해, 20척에서 4~5척이 되지 않을까? 필자의 주관적 계산이나, 하여튼 필자는 그렇게 본다. 아니 그럼 나머지는 뭐 하고?
저들 잠수함 선체의 안전문제 때문이다. 바다로 들어갔다가, 잘못해서 사고를 당할까 봐.
패티그(fatigue)라 하는 단어가 있다. 피로, 피곤, 뭐 이런 뜻인데, 군사 쪽 특히 공군에서 주로 쓰는 항공 용어이기도 하다. 전투기 건 공격기 건 너무 오랜 세월 비행을 하면, 날개나 동체 등의 금속 표면이나 구조에 피로가 누적된다. 이게 ‘패티그’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비행하면, 피로도가 가중돼, 기체에 균열이 생기고, 어느 날 갑자기 추락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군용기 중에, 버캐니어라고 있다. 버캐니어, 해적이라는 뜻이다. 영국 공군의 베테랑 저공 공격기(원래는 영국 해군 거였다). 팬텀 전투기는 사이즈가 상당히 큰 편인데, 이 버캐니어(Bucaneer)는 팬텀보다 크다. 그리고 저공에서 매우 빠르며, 폭탄 탑재량도 엄청나다.
저공 공격기 버캐니어. 영국의 항공 산업이 2차 대전 후 많이 쪼그라들었다고 하나, 그 와중에 나온 걸작기다. 출처: wikimedia.org
그러나 이 베테랑 공격기, 걸프 전 때는 부름을 받지 못 했다. 훨씬 더 최신형인 토네이도가, 이미 주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토네이도는 초장부터 여러 대 격추당한다. 이에 놀란 영국 공군은 버캐니어 공격대를 어쩔 수 없이 급파. 그러면서 걱정을 따르는데.
“이라크의 대공망을 제대로 피할 수 있을까?”
걱정은 기우였다. 사막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이 올드보이들은 작전마다 무사히 완수를 하니까. 걸프전의 종결과 함께, 버캐니어 공격대는 개선한다. 역시 좋은 걸작기였다는 칭송을 받으며. 그런데 슬픈 뉴스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온다.
버캐니어는 모두 퇴역, 그리고 비행대 해산!
버캐니어가 어떤 공격기인가? 엔진은 정평있는 ‘롤스로이스 스페이’였다. 연료도 많이 안 먹히고, 고장도 잘 나지 않은 안정감 최고의 팬제트 엔진. 그리고 팬텀을 능가하는 폭탄 탑재량에다, 저공 공격은 완전 타짜!
정공 공격의 매스터, 버캐니어. 출처: militaryimages.net
더구나 걸프전이라는 실전에서, 그 능력을 풀(full)로 과시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퇴역이라니? 이유는 바로 그 패티그였다. 기체에 균열이 발견됐다는 것. 그래서 버캐니어를 지금은 볼 수 없다. 아마 영국 내 박물관 어디쯤 잔디밭 위에 있을 것이다(한 번 따로 다루려 한다. 매우 개성 있고 흥미 있는 기체니까).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던 전쟁이 걸프전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신예기들이 날아다녔고, 버캐니어도 그들과 어깨를 겨뤘다. 그런데 지금은 박물관행. 이게 패티그다. 기체의 피로.
잠수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중을 날지 않아, 풍압이나 원심력 등의 압력을 받지 않는 대신, 바다 속을 들어가고 나오고, 어떤 때는 깊은 데도 들어가야 한다. 수압이 짓누르는 곳이다. 따라서 선체 각 부분은 수압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로메오 급은 선체가 크고, 그들의 훈련지인 동해는 수심이 깊다.
따라서 북한이 자기네 잠수함을 제대로 훈련시켰다면, 아니 연료나 훈련 경비 등의 사정으로 간간히 훈련시켰다 해도, 초기에 나온 로미오 급들은 세월로 인한 선체의 부식이나 피로감이, 결코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이 북한 잠수함들 누가 만들었나? 메이드 인 소비에트도 아니고, 그쪽 시설이 산 넘고 물 건너 북한 함경도 해안의 마양도 조선소까지 와, 북한 조선기술자들에 의해 용접이 된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다.
그런데 그걸 타고 동해 아래로 내려가, 격렬한 심해 기동을 하며 한미 해군하고 싸운다고?
원래 로메오의 안전심도가 300미터라는 데(꽤 깊은 편이다), 누가 거기까지 내려가겠는가? 아마 200미터 정도 내려가면 선체 내 여기저기서 ‘오마니~’하는 소리가 절로 들릴 것이다. 더구나 잠수함이라는 건, 사고가 나면 찬스가 없다. 치명적이다. 로메오 급엔 56명이 타는데, 56명 다 몰살한다. 따라서 북한 해군 지휘부는 심각한 고민을 하다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건조된 지 비교적 오래된 로메오들은 동굴에 집어넣거나, 항구에 계류시켜 놓는 등 그냥 놔두고, 80년대 중반 이후 건조된 것만, 조심스레 동해로 내 보내는 방법. 북한이 실제 내 보낼 수 있는 로메오가, 20척 중 기껏해야 5~6척이 아닐까?라는 필자의 개인적 카운트가, 이런 이유를 배경으로 한다.
잠깐! 북한의 항양형 잠수함은 26척이라 하지 않았던가? 위스키 4척. 로메오 22척. 그래서 합이 26척. 그런데 왜 20척으로 잡지?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니 어디로 갔는데? 사라진 건 위스키 급 4척에다, 로메오 급 2척이다. 모두 6척. 그리고 이건 북한 잠수함들의 설계 연도나 함령들이 오래됐다는 걸 나타내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먼저 위스키 급 4척이 사라진 이유다. 로메오보다 먼저 나온 이 급은 아무래도 동해에서의 작전이 힘들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래서 북한은 4척 모두를 서해로 옮겨 버린다. 그러나 말이 이동 배치이지, 4척 다 퇴역시킨 거나 마찬가지. 서해는 수심이 얕아, 작은 잠수정은 몰라도, 중형 이상은 작전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얼마 뒤 연습용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작전에서 배제된 게 아니라, 아예 편제에서 빼버린 것이다.
그리고 로메오 2척. 동해 함대에 속해 있던 이 2척은 무슨 일로 사라졌는가? 망실(亡失)이다. 사고로 잃는 일. 1985년에 그 일이 일어났다는데, 그중 1척은 2월이라고 한다. 북한 잠수함 70척 중에서 잠수정이나 그보다 조금 큰 상어 급을 빼고, 정규 잠수함을 카운트할 때, 로메오 만 20척이라고 잡아주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중에 혹 이런 의문을 제시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북한 잠수함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잠수함은 바다 밑으로 다니고, 어뢰를 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바다에다 기뢰를 풀어, 땅으로 치면 거의 지뢰밭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분명 겁을 집어먹게 만드는 무기임이 틀림없으나, 문제는 함령이다. 함의 나이.
누차 언급했지만 이 잠수함들 나이가 어떻게 되나? 특히 기본 설계가 언제 들어갔나? 히틀러가 그의 심복들인 히믈러, 게링, 게벨스 등과 함께 연일 회의를 열며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 시작했다.
그리고 위스키와 로미오가 1950대에 취역했으니, 그쪽은 또 60년 전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 수 더 떠, 작전에 나올 수 있는 그 4~5척이라는 것도, 얼마 후면 훈련용 내지 전시용으로 밖에는 써먹지 못 할 거라고 예상한다.
좀 과한 사진인 듯싶으나, 어찌됐건 사진이다. 진짜와 똑 같이 찍혀 나온다고 해서 베낄 사(寫), 참 진(眞), 사진(寫眞).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로메오는 아니다. 세일을 보니, 옛 소련의 디젤 잠 ‘폭스트롯 급’이다. 로메오 뒤에 나온 형으로 수중 배수량이 3500톤에 달하는 대형의 항양 형 잠수함인데. 특히 인도 해군에서는 8척을 도입. 인도양과 서 아시아에선 가장 크고, 유력한 디젤 잠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몰락과 함께 해군에서 방치, 이렇게 영국의 해체 업자에게까지 팔려나가, 영국 어느 해안가에서 스크랩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flickr.com
단지 저들 잠수함 세력 중, 경계를 할 만한 게 있다면, 그것은 상어 급이다. 잠수정 사이즈에서 연안형 잠수함(Costal Submarine)으로까지 키운 소형 잠수함. 이것들은 분명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비대칭 전력으로서, 한몫하려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 몫이라는 게 상당히 제한적이겠지만...
그런데 여기에서 빠진 게 있는 듯하다. 북한 잠수함 얘길 할 때, 자주 들어가는 얘기. 두둔 아닌 두둔을 하는 건데, 바로 이 얘기다.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이다."
잠수함이 작전하기에는 좋고, 그 잠수함을 찾아내기엔 매우 까다로운 바다.
수심이 깊고, 여러 개의 조류와 온도층이 다양하다는 게 그 이유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공간이고, 반대로 우리 쪽 대잠 부대의 서치 앤 캐치는 녹녹치가 않단다.
진짜 그럴까?
글쎄, 결코 그렇진 않을 것이다.
잠수함한테 천국인 바다가 세상 어디에 있나?
그들 승무원에게 있어서 천국은 바다 속에서 돌아와 잠수함 해치를 열고 땅에다 발을 디디는 순간이다. 전쟁 시라면 어느 바다든지, 각종 여러 위험이 존재하고, 무서운 수압이 선체 바깥에서 옥죄고 있다. 특히 유력한 대잠 부대를 만나 봐라.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소련의 원자력 미사일 잠수함(주로 미 핵 항모 전단을 노린다) 찰리 급과 미 해군 대잠 초계기 오라이언. 붙여진 이미지 같긴 하다만 여하튼 저 상태로 전쟁 시였다면 찰리 급은 벌써 죽었다. 출처: img-us.24hstatic.com
하다 못 해 북한 잠수정은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 그물에 걸려, 꽁치 대신 잡히고, 하나는 공작원을 잔뜩 태운 체 항로를 잘 못 잡아, 강릉 앞바다의 얕은 바위 위에 올라 타, 이른바 좌초라는 것을 당하기도 했다.
물론 동해는 위로 올라가면 부챗살처럼 넓어지고, 수심이 깊고 조류와 온도층 변화가 다양하다. 그러나 현대의 최첨단 대잠 센서와 무기들 앞에선, 그런 것들이 무슨 큰 변수가 될까?
그 한 예로 필자가 아는 얘기를 하나 할까 한다. 몹시 흥미로운 얘기다. 동해에서 실제로 있었던 정체불명 괴 잠수함과, 우리 대한민국 해군 구축함의 헌터 킬러 이야기. 그리고 빛나는 승리.
완전 팩트인데, 밀리터리 매니아 중 아는 사람이 드문 듯하다. 혹 다른 잠수함 서적에 소개돼 아는 분이 있을지 모르나, 하여튼 다음 3부 편에선, 바로 그 걸 올리겠다. 이런 소제목으로.
‘한국 해군이 실제로, 잠수함을 잡던 날’
3부에서 계속.
글을 쓰다가 보면 이럴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내 글 속에서, 길을 잘 못 들었나?"
이번 북한 잠수함에 대한 글들이 그랬던 거 같습니다. 쉽게 생각을 했었는데, 쓰다 보니 의외로 까다롭고 어려웠으니까.
잠수함이라는 게 워낙 비밀이 많은 분야이고, 또 북한 잠수함 얘기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부분 유추를 해야 하고, 주관적 판단이 자꾸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추와 주관적이라는 건, 객관적 사실을 담보한 뒤에 해야 했기에, 그만큼 자료를 찾아, 이리저리 뒤적거려보고, 확인하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참으로 이상하게, 북한 군사력을 과대평가하고, 그 위협을 확대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그래서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는 식의 글을 쓰려면. 더욱더 팩트가 확보돼야만 하죠. 그러다 보니 나중엔 이런 툴툴거림이 나오더라고요.
“아니, 내가 북한 잠수함에 대해 논문 쓰는 거야? 뭐야?”
그래도 좀 더 읽어보고, 좀 더 체크를 했어야 하는데, 보오링 앤 타이어드(boring & tired), 지겹고 피곤한 감이 느껴져, 윤문도 안 하고, 아들한테 메일로 보내 버렸습니다. 아들이 문장을 한 번 검토하고, 각 사이트에 올려 주니까(아들의 독촉에 의해, 이 칼럼도 시작하게 된 겁니다. ‘김은기의 전쟁과 평화’라는 블로그도 녀석이 만들어 줬고요). 그래서 부끄럽게도 몇 군데 에러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우선 drbin님이 좋은 글과 함께, 지적한 티어드롭의 횡단면, 예 맞습니다. 생각해 보니 횡과 종을 착각했더라고요. 우리 대한민국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횡과 종에 몸을 많이 묻어왔는데도 말이죠. 학교 다닐 때부터 운동장에서 횡렬, 종렬, 군대 가서도 횡렬, 종렬. 횡대, 종대, 줄 서기 바빴는데 바로 그 보링 앤 타이어드 중에 착각했고 U-2I에 대해서도 섣부른 부분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reti님이 지적한 우수시오 급의 에러. 이것도 분명 에러죠. ‘세계의 함선’이라는 일본 월간지를 쭈욱 정기구독했었는데 이걸 끊은지 오래돼, 자위대 잠수함에 대해 많이 무식해졌나 봅니다. 조만간 관련 글기를 하나 쓸 예정에 있어,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kleinstein님. 독일에 가서 직접 U-21 형 내부로 들어가 보셨다는데, 그 글을 읽는 순간 참 반가웠습니다. 뭐랄까? 제 글에다, 뭔가 생명력을 부어준다고 할까? 저도 나중에 그런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전후(戰後) ‘수중 고속 디젤 잠’의 효시인 U-21형을 무척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이번 ‘실체’ 시리즈의 실질적 1부라 할 수 있는 ‘꽁치 급을 아십니까?’에서 리플을 달아주신 maxi 김민석 님. 귀중한 글, 꼬박꼬박 잘 읽었습니다. 동시에 제 ‘꽁치 급’이 부실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답글이 늦은 건, 제 글을 아들이 올리는 거라, 시간적으로 텀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사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달 정도인가? 글을 쓰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들에서 회복된 뒤, 다시 키보드에 앉아, 예전에 썼던 미라주의 후속편(크피르 전투기)을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목함 지뢰로 인한 남북 간 위기가 불거지고, 기지를 떠난 북한 잠수함들의 행방불명! 그러자 낯 모르는 많은 수의 군사 평론가들이 TV에 나와, 대한민국 최고의 신나는 블루 오션이 바로 그 군사 안보 계통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저 그런 얘기들을 내놓을 때, 마침 지인과 했던 꽁치 급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그 친구가 배꼽을 잡고 웃었거든요. 그래서 크피르를 잠시 미루고, 새로 쓰기 시작한 게 꽁치 급이었죠. 오랫동안 축적하고, 준비해 왔던 글이 아니라, 나름 타이밍이 된다는 생각과, 고명하신 군사 평론가들의 얘기가 짜증도 나고 해서... 그래서 깊이가 아무래도 좀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maxi 김민석 님, 좋은 리플 달아주신 것 다시 한 번 고맙게 생각합니다(괜히 하는 얘기 아닙니다). 특히 어뢰에 대한 글은, 잠수함을 포함한 그쪽 계통에 상당한 지식을 가졌다는 걸 짐작케 하는데, 더군다나 에이비에이션 위크의 객원 기자로 활동하신다니, 굉장한 고수인 거 같습니다. 특히 그 잡지는 필자에게도 추억이 있어, 에이비에이션 위크 뒤에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이거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가 붙던 옛날, 필자의 고교 시절,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던 이 잡지를 명동 쪽이나 광화문 뒤쪽 골목에서 사곤 했는데, 어려운 영어가 하도 많아, 그림 쪽을 주로 보던 기억도 나고요. 또 제 만화의 독자이셨다니, 그것도 참 반가운 일입니다. 만화 스토리는 오래전에 일손을 놨지만, 제가 쓰는 전쟁과 평화, 이 칼럼을 자주 방문해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