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왕국 북한의 실체 - 3부
한국 해군이 실제로, 잠수함을 잡던 날이 언제였냐면. 꽤 오래된 ‘월간 신동아’라는 잡지에 나와 있었다. 우리 해군의 구축함(DD)인지 아니면 호위 구축함(DE)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함장을 하신 분이 쓴 자기 경험담을 필자가 읽은 적이 있다. 그중 눈을 끄는 건 '잠수함 추적전'부분.
동해에서 초계 중이었는데, 소나에 이상한 물체가 잡히더란다.
"이건 필경 잠수함!"
"더군다나 북한 건지도 모른다!"
어쭈~ 이것들이 여기까지 들어왔어? 그래서 쫓기 시작했는데, 그 물체도 이걸 알고는 재빨리 도망치더란다. 추적전 시작! 우리는 쫓고, 그 물체는 도망하고. 이런 식의 숨 가쁜 추적과 회피가 바다 위와 아래에서 몇 시간 계속됐는데, 그 물체는 결국 산소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배터리가 소진됐는지, 헉헉대며 떠오르더란다. 완전 떡 실신, 두 손 들고 동해 한가운데서의 항복.
그런데 떠오르는 물체는 놀랍게도 시커멓고 선체가 큰 소련 잠수함(당시는 러시아가 아니고 소련이니까)!
놀래라, 이런 게 떠올랐다. 소련 위스키 급! 출처: maritimesales.com
함장은 몹시 놀랐다고 한다.
“아니, 우리가 소련 잠수함을 쫓고 있었어?”
그러나 더 놀란 건 그쪽이었고, 경황도 없었나 보다.
세일(사령탑)에다 자기네 깃발을 올리긴 하는데(소련 깃발인지, 소련 해군 깃발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가지 다 낫과 망치가 있다), 세상에나~ 위아래를 뒤집어서 거꾸로 올리더란다.
소련 해군 대 망신의 순간! 우리 쪽에선 이걸 또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고, 당시 신문에 이 사진이 실리기까지 했던 것 같고, 미 해군에서도 칭찬을 했다는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이 망신당한 잠수함이 필자의 추측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기지로 하는 위스키 급이 아니었나 싶다. 소련에서 대량으로 건조된 게 위스키이고, 후기 형 로메오는 극히 소수가 건조됐을 뿐이니까. 아니면 한참 뒤 건조된 폭스트롯 급이라는 게 있긴 있으나, 어쨌든 우리한테 잡힌 것이다.
그만큼,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수 있다.
그때의 동해는 지금은 뭔가 다른가?
똑같은 바다다. 똑같은 수심, 똑같은 해류, 똑같은 수온차.
더군다나 당시의 한국 해군은 지금과 달리, 매우 낙후된 상태였다. 주 장비였던 구축함이나 호위구축함은 죄다 태평양 전쟁 시, 미군이 쓰던 잉여 함정들. 그런데 구축함은 알겠는데, 호위 구축함, DE(디스트로이어 에스코트)은 뭐지?
이거 지금은 미 해군에서 사라진 함종이다. 그렇다고 제2차 대전이 시작할 때 존재했던 함종도 아니다. 쉽게 얘기하면 염가판 구축함인데, U-보트의 습격으로 해상 교통망의 단절 위기에 처한 영국이 미국한테.
“돈을 후하게 주겠으니, 작은 구축함을 대량으로 만들어 달라.”
이렇게 해서 단기간에 건조할 수 있는, 하위 카테고리의 구축함이 만들어진다.
이게 호위 구축함으로, 어쩐지 저렴해 보인다. 이런 함을 우리 해군은, 미국으로부터 5척을 양도받았다. 출처: uboat.net
그런데도 우리 해군은 태평양 전쟁 시의 잉여 구축함이나, 이런 호위구축함으로, 당시 꽤 괜찮다는 소련 디젤 잠한테 완전 항복을 받아냈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그때보다 몇 배 더 정교하고 뛰어난 대잠 능력을 소유한 우리가, 깃발을 거꾸로 올린 그 잠수함과 성능 면에서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지금의 북한 잠수함을, 잡아내지 못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전쟁이 터지면, 동해엔 우리 해군밖에 없나? 초일류 대잠 부대가 들어온다.
미 항모와 함께 이를 호위하는 대잠 프리게이트를 비롯해 대잠 헬기, 또 잠수함만 잡으러 다니는 공격형 핵 잠들이 들어서게 된다. 그들의 수준은 어쨌거나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냉전 당시, 소련의 핵 잠들을 상대로 고도의 능력을 발전시켜 온 게 그들이니까.
그래서 북한 잠수함들이 동해로 나온다면, 그들 소나 팀은, 이렇게 외칠지도 모르겠다.
“왜 이리 시끄러? 고물 자동차가 굴러 가는 것도 아니고.”
출처: battleblimps.com
만약 북한이 러시아 제 ‘킬로 급’을 보유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6노트 이하로 잠수 항해하면, 일체 소리가 안 난다고 하는 진짜 조용한 디젤 잠이니까.
킬로 급 러시아 디젤 잠. 출처: naval-technology.com
그러나 이 킬로, 북한으로선 그림의 떡이다.
필자 추산으로 척당 3억 달러 이상은 될 거 같고(김영삼 시절엔 2억 달러 정도 됐던 거 같다), 그렇다고 프렌들리 프라이스(친구한테 주는 우정 어린 가격)라고 해, 이른바 사회주의 형제국들한테 특별히 디스카운트해 주는 일은 전혀 없을 테니까. 더구나 지금은 소련이 아니고 러시아 아닌가? 자기 코가 석자인 러시아.
그렇다면 북측의 이 로메오 20척은 어떻게 하나?
그저 연륜이 쌓여 가는 걸 바라 볼뿐, 다른 수는 없을 것 같다.
80년 중반 이후 조선소를 나온 선체는 아직도 써먹을 수 있으나, 그것도 시간의 문제. 로메오 급 세일에 김정은이 폼 잡고 있는 사진, 여러 장 북한이 릴리즈 한 걸 봤는데, 자세히 보니, 이음새 쪽 용접한 부분에 녹이 쓴 게 나타난다.
군 복무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이 분들 오면 어떻게든 가장 상태가 좋은 걸 고르고 골라 방문케 하는 거..
위대하신 백두산 혈통, 김정은 원수님이 몹시 심오하신 표정을 지으시며, 대양을 바라보는데(대양 해군의 야망이 있으시나?), 왼손 짚은 데와, 뽈록 튀어나오기 전의 배 둘레 약간 아래쪽 금속을 보면, 세일과 해치의 이음새에 줄줄이 녹 쓴 게 보인다. 그 외에 세일 다른 데를 봐도, 어찌 신통치가 않다. 그래서 걱정이다. 저런 선체로 어떻게 수심 깊은 동해로 내려가나? 출처: laststandonzombieisland.files.wordpress.com
그래서 필자는 이런 이야기기로 마무리하고 싶다. 세상엔 오래될수록 좋은 게 있다.
"친구와 와인이다."
그러나 오래될수록 나쁜 게 있으니,
"그건 잠수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