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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불바다, 영화 '평양 폭격대' - 번외 편

평양 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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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해서 평양 시내는 텅 비었을 게 틀림없다. 사전에 폭격을 예고하고, 시민들의 피난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출처: flickr.com



한국 전쟁 때 우리 공군 사진이다. P-51 무스탕 전투기의 이륙 준비 장면. 미국과 영국의 혼혈 엔진인 마린 패카드가 돌아간다. "타! 타! 타! 탓!" 흡입, 압축, 폭발, 배기가 연속적으로 행해지며, 최대 파워인 1500마력까지 올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오래된 흑백 사진인데도, 엔진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것 같다. 누가 찍었는지 정말 좋은 사진이다. 외국의 숱한 피스톤 전투기 사진들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작(秀作).


그런데 지금 어디를 향해 출격하는가? 평양이다. 한문으로 된 만년필 글씨에도 그렇게 돼 있다. 평양을 폭격하기 위해, 이륙 준비 중이라고. 국내의 다른 비행장도 그렇고, 가까운 일본 내 미군 비행장도 그 시간 모두 비슷할 것이다.



*한국 전 때의 F-84  썬더 제트. 지금 이륙 중이다. 출처: wikimedia.org



그중에서 가장 많은 대수는 F-84 썬더 제트. 폭격 임무에선 F-86 세이버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다.



*볼륨이 명확히 나온 F-84 썬더 제트 모형, 한국 전 때, 공중전은 F-86인 세이버가, 폭탄 투하 등의 지상 공격은 바로 이 F-84가 도맡아 했다. 출처: hobbymastercollector.com



또 제2차 대전 말에 나온 쌍발의 피스톤 폭격기, A-26 인베이더(공격기로 분류돼 어태커 A가 붙는다.) 편대도 동시에 출격한다.



*A-26 인베이더(침입자). 제2차 대전 중기에 나와, 태평양 전쟁과 유럽에서 독일 폭격 등에 참가했다. 성능이 워낙 좋아, 한국전에서도 맹활약했고. 나중에 베트남 전까지 참가한다. 그러니까 20세기에서 가장 커다란 4가지 전쟁에서 고루 활약한 매우 숨이 긴 폭격기(공격기). 폭탄 탑재량 2.6톤에 플러스 로켓탄이다. 출처: wikimedia.org



그래서 어느 기종은 날개 아래, 어느 기종은 폭탄 창에 폭탄을 가득 집어넣고 뜬다. 이 모든 기체들의 목표는 북한의 수도 평양.



평양이 지도에서 사라진 날



대학 시절, 학문에 전혀 뜻이 없었던 필자는 도서관에서도 전공과 관계없는 것만 읽었는데. 그때 매우 흥미 있는 책을 발견한다. 우리 공군에 대한 책이었다. 공군 본부에서 펴 낸, '한국전 때의 공군 전투사(?)' 그런 제목의 책이었다. 상당히 두꺼웠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태극 마크의 P-51 무스탕 사진들!



*우리 공군 무스탕 '신념의 조인' 출처: mustang.gaetanmarie.com



뿐만 아니라, 한국전 때 전투기록 등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본 한국 공군 3대 빅 스트라이크. 사람으로 치면 이제 걸음을 걷기 시작한, 일천한 우리 공군이 이루어 낸 성과.


하나는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이다. 미 공군이 숱하게 출격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평안도 대동강 줄기에 걸린 철교. "그럼 우리한테 맡기시지." 고개를 젓는 미 공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스탕 편대가 출격, 단독으로 해 치운다.



*부서진 승호리 철교. 출처: tistory.com



또 하나는 이름도 드라마틱한 '평양 대폭격'이다. 역시 공군의 주력이기도 한 무스탕이 대거 참가한 작전.



*한국 공군의 무스탕. 출처: afwing.com



물론 훨씬 많은 대수의 미 공군기가 참가했지만, 그 날의 폭격에 대해 외국 매체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평양은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국 영화가 있다



그런데 이 날의 평양 폭격에 대한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할리우드가 아니라 우리 영화로.


"아니, 그런 영화가 있었어?"


있었다. 꽤 많은 제작비를 들인 70년대 작품으로, 대종상 영화제인가? 거기서 여러 개의 상도 받았다. 물론 영화에서의 주 전투기는 F-86 세이버. 한국 전 때의 무스탕이 모두 퇴역한 상태라, 그 대역(?)을 세이버가 했는데,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한국 공군의 세이버. 출처: scn.ru



당시 한국 영화의 거장이었던 신상옥 감독이 만들었고, 제목은 '평양 폭격대'.



전쟁 영화, '평양 폭격대'



*평양 폭격대의 포스터다. 그런데 제목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등. 나름 포스터도 상당한 수작으로 느껴진다. 출처: iphotoscrap.com



안타깝게도 필름이 모두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주 옛날 학생 시절이다. 광화문 로터리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국제 극장이라는 개봉관에서.


당대 거장의 작품이라, 시나리오도 좋았고 영상은 물론 화질도 깨끗해 참 잘 만든 영화라고 기억된다. 그중 인상적인 게 있었다. 후반부 클라이맥스 신에서의 평양 불바다 장면.


건물이 부서지거나 화염에 휩싸이는 등, 그런 기술적이고 디테일한 장면은 아니었으나, 스크린 전체가 온통 붉은색이었다. 그 단순한 색깔만으로도 폭격 하의 평양이 어땠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도 평양은 그렇게 당했다. 그래서 허허벌판에 건물이 있던 자리라고 추측되는 건 부서진 벽돌과 불탄 기왓장 무더기. 그게 평양이었다.



*1953년, 폭격 이후의 평양. 출처: internationalist.org



그렇다. 북한에는 이런 영화가 없다. '서울 폭격대?' 그런 적이 없으므로 만들 수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6월 25일 전쟁 첫날인 일요일 아침. 저들의 피스톤(프로펠러) 전투기가 서울 거리를 향해 기총을 쏜 게 유일하니까.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snaparker


사실 순서가 바뀐 거 같습니다. 평양의 방어망 돌파와 외과 수술식의 공격, 그리고 남하하는 북한 기갑부대 습격 편 등을 중(中)과 하(下)로 나눠 써야 하는데, 대신 글을 올려주는 아들이, 여행 간다고 한 일주일 자릴 비운다 합니다. 그래서 짧은 번외 편을 먼저 써, 이렇게 올립니다. 장수도 적고 깊은 내용이 없는 듯싶으나, 재밌게 읽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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