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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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은 남아있는 게 없었다. 산업 시설과 도시, 거의 뭐 쑥대밭이라 할까?
*출처: deviantart.net
그래서 독일의 한 지식인이 내뱉은 유명한 말이 있다.
"세계 속의 뛰어난 공업국 하나가, 석기시대로 변할 줄이야..."
*석기시대의 독일 함부르크. 출처: ushmm.org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다. 도쿄 대 공습(그들이 붙인 이름이다.)땐 정말 끔찍했다. 통상폭탄과 네이팜만으로도, 오히려 원폭을 얻어맞은 히로시마나 나가사키보다 더 심했다고 할까?
*도쿄행 택배. 이런 게 도쿄 하늘에 뿌려졌다. 출처: webspace.webring.com
그런데 북한은 어땠을까?
말해서 무엇하랴... 히틀러가 베를린 방공호에서 자살하고, 일본이 무조건 항복한 후 5년. 정확히는 4년 10개월 만이다. 김일성은 38선을 넘어 침략을 개시한다. 학교 교과서에도 나왔다시피, 미국 애치슨 장관이 한국을 자기네 방어 라인에서 제외한다는 그 비슷한 소릴 했기 때문.
그래서 북한군은 탱크를 앞세워, 파죽의 남하를 계속한다. 서울 함락, 한강 도강, 그리고 일로 남하! 그러다 이상한 군인들과 마주친다.
"어랍쇼, 이게 뭐야?"
미군이 하나 둘 보이는 게 아닌가?
물론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 선발대는, 거의.. 뭐.. 놀러 오는 기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얼마 전 자기네는 독일과 일본을 패배시키지 않았던가? 두 나라 모두, 내로라하는 강력한 군사 국가들.
그런데 어디서 듣도보도 못 한, 북한 공산군은 뭐야? 더구나 얼마 전까지 일본 식민지였다며? 미군 선발대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코만 봐도 죄다 도망할 걸."
근데 웬걸. 그 동양의 군대는 보통이 아니었다. 질기고 용감했다. 남이건 북이건 조선 민족은 일단 제대로 된 훈련에다, 동기 부여가 되면 강인해지지 않나?
거기에다 또 그냥 전차가 아닌 제2차 대전 최우수 전차 소련제 T-34/85를 갖고 있었다. 미군 선발대가 보유한 작은 바주카포로 막을 수 없는 전차.
*서울 거리로 들어오는 T-34/85. 이 탱크, 독일이 소련으로 쳐들어갔을 때, 충격에 빠졌던 그 T-34가 아니다. 85밀리로 주포를 강화한 T-34/85다. 그래서 공격, 방어, 주력, 이 3가지 부분에서 제2차 대전 최고 전차로 평가된다. 출처: ysfine.com
서울 거리로 들어오는 T-34/85. 이 탱크는 독일이 소련으로 쳐들어갔을 때, 충격에 빠졌던 그 T-34가 아니다.
85밀리로 주포를 강화한 T-34/85다. 그래서 공격, 방어, 주력, 이 3가지 부분에서 제2차 대전 최고 전차로 평가된다.
미군은 선발대로 보낸 스미스 기동대가 깨지고, 뒤이어 준비가 안 된 사단 하나도 깨지면서 낙동강까지 밀린다. 이른바 낙동강 교두보. 북한은 그 강만 넘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북한과 김일성의 비극이 시작된다.
낙동강부턴 점령지 일본의 주둔병으로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온 미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가공할 물리력에 대해서도 몰랐다.
그중 진짜 무서운 건, 공중 폭격. "카펫 바밍(Carpet Bombing)"이 시작된다. 세상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미군만의 주특기이면서 필살기! 폭격. 폭탄의 우박이 북한 땅에 떨어지는데, 그것은 단군 이래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타격.
*한 개, 한 개가 500파운드인데, 저렇게나 많이? B-29 폭탄 창으로부터 줄줄이 나오는데, 강한 바람으로 인해 폭탄이 떨어지면서 흩어지는 중이다. 출처: wikimedia.org
어떤 지역은 '카펫 밤밍'이라 하는 융단 폭격! 또 어떤 목표물엔 로켓탄이 작렬한다.
*F-84 썬더 제트, 이 기종 하나가, 로케탄 말고도 한국전 전 때 투하한 폭탄만 5만 톤이다. 출처: smithsonianmag.com
이렇듯 북한은 처절하게 당한다. 방공이라는 것에 대해 경험도 없고, 조직도 없었으며, 변변한 고사포대도 갖추지 않았던 북한. 그야말로 쏟아지는 폭탄 앞에 속수무책 무방비였다.
김일성은 전쟁이 끝난 후, 이런 말을 한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나오는 말이다.
"우리 북조선 27개의 도시가, 미군의 폭격으로 모두 다 파괴됐다."
평양에는 2층 건물이 겨우 한 채 남았다나 뭐라나(무슨 백화점 자리란다). 그렇다. 북한은 한국 전쟁 때 모든 게 다 파괴됐다. '남아나는 게 없다.'라는 표현 그대로다.
그런데 재밌는 건 북측 전투기의 요격이 없었다는 거.
*개전 시, 며칠 까불었던 북한의 야크-9, 야코프레프가 설계한 제2차 대전 시 대표 전투기로, 당시 미그 설계국은 한참 아래였다. 출처: warsandbattles.com
미군이 참전하기 시작하자, 피스톤 전투기만을 가진 그들 공군은 매우 신속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UN군에 점령당한 북한 비행장의 야크-9. 출처: mblogthumb4.phinf.naver.net
그리고 살아남은 파일럿과 정비병들은 압록강 건너 도망쳤고 거기서 미그기를 공급받는다. 이후 베테랑 소련 파일럿, 중공 의용군(?) 파일럿들과 함께 출격을 같이 하는데, 그 명소가 바로 '미그기의 골목'이라 하는 에어리어, 압록강 근처 '미그 앨리(Mig Alley)'다. 따라서 평양까지 내려온 적은 드물다.
휴전 이후, 김일성은 작심한다. 다시는 평양을 지도 위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겠다고.
*"평양이 어디 갔어? 안 보여." 출처: dailymail.co.uk
"오냐! 세계 최고의 방어망을 구축 하마!"
그래서 각종 구경의 대공포 진지를 계속해 신설하고, 레이더 기지와 지대공 미사일까지 도입한다. 그것은 또 해마다 계속하고, 중첩이 된다. 침입기들의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그래서 지금의 평양은, 이중 삼중 두터운 방공망으로 보호되어 있다. 마치 성난 고슴도치가 자기 등허리의 바늘을 모두 세운 것처럼. 소구경으로부터 대구경까지 모든 방공포의 천지다.
*소련의 유명한 ZSU-23-4 실카 자주 고사포, 당연히 북한도 가지고 있다. 출처: militaryfactory.com
*소련제 85밀리 고사포들, 한국전 때, 밀고 내려온 북한 탱크 T-34(85)의 주포가 이걸 수평으로 해 쏜다고 생각하면 된다. 출처: minimg.com
물론 땅에서 쏘기 전, 하늘에서 먼저 커트를 해야 되겠기에 요격 전투기도 계속 도입한다. 당연히 미그기들이다. 미그 17, 미그 19 초음속 전투기, 미그 21 마하 2 요격기, 그리고 미그 23 가변익 전투기(80년대에 도입해, 이때에는 없었다) 등.
*북한의 호프, 미그 21 전투기. 출처: postimg.org
물론 베트남 전에서 미군기들의 적으로 활약했던 지대공 미사일도 빠지지 않는다.
*SAM-2 가이드라인 지대공 미사일. 주로 중고도에서 침입하는 적기를 노린다. 출처: armyrecognition.com
평양은 그야말로 방공 무기의 집합체. 제2차 대전시 나치 독일 베를린이나, 일본의 도쿄는 저리 가라 할 정도. 그래서 외국의 어느 사이트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Far the most defended in the world.' ; 평양의 방공망은 지구 상에서 최고다.
그런데 조밀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방어망으로, 불가피하게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바로 그 1976년의 여름이다.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그 직후! 가서 평양을 폭격하라!
*미 공군 F-105 썬더 치프. 미루나무 사건 때 전쟁이 터졌다면, 분명 이 썬더 치프들이 평양으로 출격했을 것이다. 출처: jiropan.wordpress.com
(평양 불바다. - 4부에서 계속.)
*제공 @snaparker
이 전에 올린 글, "평양 불바다. - 2부"는 너무 오랜만에 올려서 독자 분들께 미안한 생각이 들던 차, 글도 꽤 길었던 거 같습니다. 아내가 스마트 폰으로 제 글을 보다가. "뭐가 이렇게 길어?" 이러더군요;;; 그래서 이번 회로 마무리하려던 "평양 불바다. - 3부"를 4부, 5부까지로 나누었습니다. 대신 뒤쪽 글들은 거진 마무리가 된 터라 빨리빨리 올려야죠. 4부, 5부를 마치고도, 아~ 빨리빨리 써야 할 텐데. 쓰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