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단상
나는 일기를 쓴다.
중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장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누군가의 검사를 받거나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더 솔직하고 홀가분하게 써오고 있다.
일기장은 나의 즐거움이자, 누구에게도 다 털어놓지 못할 내 마음 깊은 감정의 분출구다.
그런 솔직함으로 나의 아픔 기쁨 원망이 고스란히 적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날 사촌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고 언니가 살아있을 때 노트에 적어둔 작은 글들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물론 나는 그 노트를 보지 못했지만, 다른 친척들은 언니가 왜 그 병에 걸려야만 했을지를 추리해 나갔다. 작은 글귀 하나로 마음 아파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남겨진 작은 글조차도(평상시라면 낙서라고 치부했을지 모를) 남겨진 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가를 새삼 느꼈다.
그로 인한 나의 생각들-
'누구나 갑작스레 병에 걸릴 수도 있고, 밤사이에 안녕할 수 있다'
'태어나는 것을 스스로 선택 할 수 없듯, 죽음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책임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내가 써 놓았던 어떤 글에 상처를 받거나,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지 모를 누군가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일기장에 적혀 있는 원망이나 분노로 인해 남겨진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무거운 짐을 느끼게 할까 두렵기도 하다.
일기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상황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스릴 뿐 아니라 시간이 더 흘러 훗날의 나에게 이만큼 깊이 성찰하며 내적으로 성장해 왔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있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어떤 큰 사건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단면만 보고 평을 내리기 일쑤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명확한 진실이 나타나는데 그때 돼서야 내가 썼던 말, 했던 말이 진실이 아닌 걸 알게 되면 얼마나 창피할까.
말도 글도 한 템포 천천히 독자들의 마음도 살필 줄 아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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