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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그림일기 Dec 26. 2020

나의 '못그림일기'

색연필로 담아낸 따뜻한 심리치료 일기

나와 너와 우리의 일상이 색연필처럼 '알록달록' 하기를.


지구 평화를 위해 오늘도 '존버' 

나는 버티기 王 이다. '존버'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마치 누군가 나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게 아닐까 혼자 생각 했을 만큼 잘 버틴다. 누군가 만원 버스에서 킬힐로 내 발가락을 밟아도 태연할 수 있고, 치킨 배달도 민원전화 한 통 걸지 않고 150분까지 기다려본 적이 있을만큼 잘 버티고 잘 참는다. 나에게 이런 '버티기'는 사실 별로 큰 일이 아니다. 온 세상에 화나고 예민한 사람들이 가득하니 '뭐 이정도 쯤이야, 괜찮고말고' 하는 마음으로 내가 한 번 참고 마는게 지구 평화에도 약간은 일조하는거라고 생각했다. 삼 십 년 넘도록 매 일, 매 해 이렇게 살아왔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의 세상은 둥글고 또 둥글었다.


평화로운 내 세상에 등장한 '빌런' 

그러던 얼마 전, 내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오랜 기간 동경하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부서에 마침내 발령을 받게 되었는데, 불행하기 짝이없게도 그 곳에서 '빌런'을 만나고 만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드라마같은 상황에 갇혀, '존버의 시간'(나의 지인들은 이 때를 '매 맞는 아내'기간 이라 일컫는다.)을 보내게 되었고 서서히 몸과 마음이 고장났다. 나의 심신은 대한민국 No.1 대학병원에서도 고칠 수 없었으며 전국에서 용하다는 점 집을 가봐도 딱히 방도가 없었다. 결국, 나는 옳은 길이라 믿었던 나의 인생관, '존버'를 포기하기로 한다. 


나는 괜찮다!? 

일을 쉬면서 몸과 마음의 근력과 체력을 단단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자니 스러진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세우는 작업이 급했다. 처음 몇 개월은 유튜브에서 유명하다는 심리학 강연을 닥치는 대로 찾아 들었고, 틈만 나면 서점에 들러 '심리, 위로, 마음'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전문가적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고자 '심리치료사' 강의를 들어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렇게 한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회사 지인과의 대화 중 불현듯 잊고 있던 불안함이 밀려오며 눈물이 확 났다. 그렇다, 나는 전혀 괜찮아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니, 나는 전혀 괜찮지 않다.

그 시간과 그 노력을 들였는데, 내가 왜 괜찮아지지 않았을까를 다시 또 고민했다. 그리고 그 모든 영상,강연 그리고 책에서 얘기했던 "나와 마주하기"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 임을 깨달았다. 사실, 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솔직해지고, 나를 들여다 본다는게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하고 두려워서 미루고 싶었고 안 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책과 영상을 통해 '이론'과 '사례'를 섭렵해 이 과정을 스킵해보려 했는데 역시나 정도에 지름길은 없는 건가 보다.  


'못그림일기'로 나와 마주하기 

그렇게 오늘 이 순간이 찾아왔고, 지금부터는 용기를 내어 "나와 마주하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특정한 카테고리도 없고, 특별히 다룰 주제도 없다. 그저 일상을 기록하고, 오늘 나에게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서툴지만 차분히 기록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스스로에게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림일기'라는 나만의 방식을 가져가보려 한다. 아무래도 '그림'과 '색(Color)'은 심리치료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니 조금 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고백하건데, 그림 그리기는 내가 유난히도 소질 없는 종목이다. 그렇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고, 이왕 무언가에 도전하기로 한 김에 슬쩍 '용기' 한 스푼 추가해서 같이 시작해보기로 한다는걸 밝혀둔다. (못그려도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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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그림일기'의 모토는 '못 그려도, 즐겁게' 이다.   

못그림일기를 담담하게 기록하는 나와 가만히 읽어주는 너, 우리 모두의 일상이 다채로운 색연필 색상만큼이나 알록달록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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