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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Jun 21. 2021

오색빛깔 팔찌

나의 롤모델에 대한 이야기

 나의 태몽은 오색 빛을 내는 팔찌를 줍는 꿈이었다고 한다. 다채로운 빛을 내뿜던 팔찌 때문이었을까. 나는 꿈도 많고 닮고 싶은 롤모델도 많다. 어릴 때부터 장사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인지 사업을 해보고 싶다. 롤모델로 꼽는 여성 사업가는 최명화 님인데, 오랜 시간 마케터로 쌓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분이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게 되면 조선시대 제주의 거상 김만덕처럼 지역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러자 세상을 보는 눈이 열려 있고, 자신을 단단하게 다져가며 글을 쓰는 여러 작가님들도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일뿐 아니라 가정과 아이를 돌보는 부분에도 닮고 싶은 이가 있다. 탤런트 신애라 님은 방송에서만 봤지만 밝은 웃음을 지니고 사랑과 믿음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해지는 사람이다. 관계 심리학의 대가인 하빌 박사님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동반자로 함께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을 꾸준히 하며 자기관리를 하는 이웃 언니도, 날마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인생 선배도, 시댁과의 관계에서 지혜롭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지인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이 모두를 합쳐놓기만 해도 다시 나의 오색 빛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꿈이 많은 나였지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결혼생활에서 신뢰가 깨져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다. 한 번 깨어진 관계는 애를 쓸수록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기만 했다. 어떤 공동체에 늘 속해 있다가 아이를 낳고 혼자 집에서 육아를 하니 사회에서 내 존재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아 힘들기도 했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생기를 잃은 채 곤두박질치는 마음을 부여잡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아이의 반짝이는 눈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본 어느 날, 두 딸들이 엄마인 나를 보고 비슷한 삶을 따라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의 삶부터 잘 가꾸어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마침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교회 아기학교에서 엄마의 영, 혼, 육이 건강해야 아이도 그렇게 자란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고 그러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지난날의 소망을 떠올려 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오색 빛을 내던 팔찌처럼 다채로운 색을 모았다. 부모님이 감귤과 현미를 사용해 만든 강정을 판매하며 붉은빛을.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줄 책을 읽고, 마음을 치유하는 글을 쓰며 분홍빛을.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보랏빛을 내 안으로 가져왔다. 인연이 닿았던 라이프 코치에게 조언을 얻어 비전과 삶을 점검하며 노란빛을. 여성 창업 교육을 통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며 초록빛을. 아이와는 눈높이를 맞춰 함께 놀며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남편과는 힘겨운 부부 상담을 해오다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기로 약속하며 다시 맑은 하늘빛을 품었다. 



 다양한 오색빛깔을 비추며 살고 싶지만 완벽한 사람이 되길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롤모델을 따르는 삶을 그려보며 나만의 빛깔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흠이 있더라도 어울리는 색깔의 구슬을 하나하나 모아 나만의 고유한 오색빛깔 팔찌를 만들고 싶다. 부족하더라도 한 걸음 내딛는 나를 사랑하고 격려해 주어야지. 나의 오색 빛을 만들어 아이들도 빛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비춰주고 싶다. 엄마가 꾼 태몽 속 찬란한 빛을 내던 오색빛깔 팔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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