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상담 인턴십을 마쳤다. 우연한 기회에 들어가게 된 인턴십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길과 또 다른 재능을 마주했다. 우연이라기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련되어 있었던 배움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인턴십 과정을 통해 상담사로서 기본 소양과 상담의 구조화를 준비했고, 개인적으로는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이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특히 이번 학기를 진행하는 동안 곱씹으며 또 생각하게 되고, 상담 실습을 하면서 또 발견하고, 피드백받으며 고개를 내저을 만큼 징하디 징한 내 모습이 있었으니 바로 '초이성형'의 의사소통유형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티어 이론에서는 의사소통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비난형, 회유형, 초이성형, 산만형. 문제가 되는 의사소통 유형은 이 네 가지이다. 우리는 이 유형을 극복하고 나와 상대,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의사를 일치형으로 소통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위 네 가지 중 하나만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대상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바꾸어가며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초이성형이었다. 초이성형은 문제 상황이 생기면 자신도, 상대도 아닌 상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고 의사소통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차분한 어조로 대화하는 똑똑한 사람인 것 같으나 나와 너를 배제하고 문제 상황만 중점적으로 파고 있는 유형이다.
'이렇게 머리 중심의 사람이었던가...'
특히 내담자 경험을 하며 감정을 묻는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방어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가슴속에 가득 묻어두고, 문제를 중심에 놓고 그것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언제부터 내가 이런 유형을 취했던가... 상담을 끝나고 오는 날이면 많은 생각을 했다.
MBTI로 말하자면 'F'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다. 눈물도 많았고, 웃음도 많았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감정을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지는 못했다.
다소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대략 10년 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10년을 돌이켜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남편은 거주지를 제주로 옮겼고, 시아버지는 그 사이 두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셨고, 시어머니는 시부모의 노환을 뒷감당하느라 50대를 다 보내고 갱년기를 살아냈다. 우리 엄마는 남편을 잃었고, 나는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우리 동생은 독립을 했고, 시동생은 결혼을 했다. 나는 결혼을 하고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바닥을 기어 다닐 만큼 절망의 늪을 걷다 겨우 한 걸음, 호흡을 골랐다. 그러다 순간, 다시 꿈을 꾸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일이 감정을 느끼며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기는 버거운 시간이었다. 마음이 놀라지 않도록, 너무 지쳐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감정은 꾹꾹 눌러두었다.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습으로 굳어지니 나만의 '감정 사용 길라잡이' 같은 것이 돼버렸나 보다. 어쩌면 어릴 때도 있었던 성향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를 만나서 봇밀듯 밀려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상대와 나를 모두 고려하고 상황을 헤아리는 '일치형'의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 자신도 소외시키지 않고, 나와 대화하는 너도 내 마음에 떠올리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모두를 지켜내고 싶다. 감정을 읽기 시작하는 데서 시작될 거다.
오랜만에 귀에 오래도록 들리는 노래가 있다. 그리고 나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나랑 같이 걸을래 혹시 내일은 뭐해
네가 부담되지 않는 날에 산책이라도 할래
그냥 날이 좋길래 너와 걷고 싶어 져서
내일 많이 바쁘지 않으면 혹시 나랑 같이 걸을래.'
- 나랑 같이 걸을래 Song by. 적재
'나'라는 친구에게 이제 내가 내 마음을 듣고 싶다고 문을 두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