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먼저 정리하는 일은 입술을 '천 만' 번쯤 깨물어야 할만큼 어렵다. 누군가에게 이 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먼저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려움이 발생했을 경우 수 없이 플레이를 돌려 혹시 잘못한 부분은 없었을까 실수한 말은 없었을까 곱씹어보게 된다. 그럼에도 어떤 관계는 멀어졌고 되돌리기 어렵다.
잘못한 부분도 있을거다. 하필 그런 문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내 의견이 명확하게 옳을 때면 더 그렇다. 생각이 옳기 때문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도 인지하지 못한다. 이리되면 틀린 말은 아니더라도 들리지 않을 터다. 상한 감정으로 다른 의견을 들어줄 성-인이 있을리 만무하다.
단절이 실패라 여겨지는 것은 아직 하수라 그런 것일까. 단절된 인연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생이 매번 가르쳐 주지만, 보내는 건 여전히 속이 아프다. 언제면 '천 번'만 입술을 깨물고도 웃는 얼굴로 떠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