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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Aug 09. 2021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가?

존 브래드쇼의 상처 받은 내면 아이를 읽으며 #1

  새벽에 독서모임이 있어서 일어났다. 캄캄한 방 안에서 더듬더듬 안경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손으로 침대를 훑다가, 휴대폰 조명을 켜서 찬찬히 살펴봐도 없다. 도대체 어디에 둔 것일까.



 결국 안경을 쓰지 못하고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마이너스 7이란 수치로 감이 오지 않는 나쁜 시력으로는 눈을 비벼도 컴퓨터 화면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들썩이는 인기척에 잠이 깬 아이를 다시 재우고나니 이미 독서모임이 시작된 터라 잠시 동안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 독서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낯이 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도 새로운 형태의 모임인지라 낯설기도 하다. 시작하고 화면을 꺼둔 사이 많은 이야기가 오간 것 같아 어색하다.






  함께 읽는 책은 존 브래드쇼의 [상처 받은 내면 아이 치유]로 내밀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람들이 안전하다, 신뢰할 수 있다 말하는 모임에서 혼자 물음표를 띄운다. '아니? 어떻게?' 처음 만난 사람들마저 이 모임을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어떤 모임의 친밀도가 내가 느끼는 속도보다 빠르게 깊어지는 경우, 종종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소외감이란 이슈가 떠오르기도 하고, 누군가를 신뢰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개인적인 문제 같기도 하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충돌이 일어났던 순간들은, 의도해서라기보다는 불쑥 느끼는 감정들이 부풀어 오르며 생기는 예측 불가한 문제가 아니던가. 나와 너에 대해서 아직은 알 수 없는, 그리고 어떤 깊은 이야기가 오갈지 모르는 이 장소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를 신뢰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타인에 대한 신뢰가 쉽게 생기지 않는 건 나에 대한 신뢰가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내가 받아들여질까 혹여 상처 받지는 않을까. 조언이랍시고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다, 결국 나 자신을 사랑받을만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나를 발견하며 씁쓸함을 맛본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함께 찍은 인증샷이 단체 이야기방에 올라왔다. 한 손에 책을 들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이 그제야 보이고, 대조적으로 활짝 웃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그제야 보인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생각보다 긍정적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뢰는 어쩌면 보지 못한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느끼는 나의 감각을 믿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임을 통해 나는 어떤 산에 다 달아 있을까. 그 산에서 나는 어떤 길을 만나게 될까? 직관적 감각을 어째서 믿지 못하게 되었는지 스스로를 탐구하는 여정을 시작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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