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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Jul 12. 2022

#4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친구로 남아

우는 연습을 해볼게

친구 S에게.




  오랜 시간 공부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 너. 하루 종일 일을 하고 고단 했을 텐데 내 전화에 달려와줘서 고마워. 젖은 빨래 같은 하루를 보내는 중 너와의 만남이 나를 '보송'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어.


  오늘 상담 전문가 과정을 하며 대학원에서 사례 발표를 했지. 트라우마가 되었던 일이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사례로 만들었는데. 물론 이제 알아. 그 일이 그냥 나에게 오지 않았고, 오히려 인생에 선물이 되어서 깨닫게 되었던 일도 많았어. 근데, 막상 발표를 하려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 남들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 하는 내가 이성을 꽉 붙들려고 해도 자꾸 눈물이 나서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어. 내가 이렇게 빈틈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너는 알고 있잖아. 두려웠어. 내가 치료사로서 아직 헤매고 아파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게. 능력이 없어 보이고,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는지, 그중에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더라.


  잠깐 쉬는 시간을 갖고, 나와의 대화를 했어. 그런데 잘 되지 않더라고.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크게 보여. 이렇게 다른 사람을 맞추고 살려고 애를 썼구나.









  결국 눈물이 복받쳐서 엉엉 울고 말았어. 모두 괜찮다며 나를 격려했는데, 너무 부끄러웠어. 우는 게 왜 이렇게 부끄럽지. 상담을 하며 배운 바로는 우는 건은 굉장히 좋은 일이야. 감정이 부드러워지게 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경직되는 몸도 풀어줄 수 있거든. 다른 사람이 우는 건 괜찮은데(오히려 그런 사람을 좋아해) 나는 왜 운다는 게 이렇게 힘들까.


  울지 못했던 이유들을 떠올려 보게 되네. 내가 우는 순간에 들었던 말들이 생각나.  


 “왜 네가 울어서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

  “그렇게 우니까 남편이 싫어하지.”

  “지금처럼 울면, 누가 바라봐줬나요?”


  이런 말들이 생각난다. 언젠가부터 우는 걸 부끄럽게 느끼게 했던 말들. “고등학생 때 나는 어떤 아이였어?”라는 물음에 “너? 잘 우는 아이!”라고 대답해 준 너. 그렇지만 씩씩한 아이, 내가 할 일을 참 열심히 해내는 사람이라고 했지. 잃어버린 내 모습을 너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네.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가 많이 다르더라. 그럴 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마워.







  수업을 마치며 교수님은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3가지 하는 걸 숙제로 내주셨어.  내가 한 3가지 일 중에 너랑 같이 이야기를 나눈 일이 가장 즐거웠어. 그리곤 생각해본다. 앞으로는 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내가 흘린 눈물만큼 다른 사람의 눈물을 지켜봐 주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확신해. 너도 살아가다가 울고 싶은 날이 있거든. 언제든 찾아와. 난 언제든 여기서 너와 함께 울어줄 친구가 될게.




애정과 눈물을 담아,

A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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