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움을 잘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고,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지 몰랐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이전에 '거절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들곤 했다. '누구랑 해야 하지?'생각 하다가 함께 할 사람이 없는 것 같으면 찾아오는 외로움, 소외감, 수치심이 몹시 힘들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다가도 상대방의 반응이 어느 순간 불편하다 느끼면 나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로 그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잘 몰랐다.
'혼자 잘 하면 되지.'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거야.'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 가는 길이 외로웠고 때론 기운이 빠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시작했지만 좋을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적이 생기자 과정이 즐겁지 않았다.
설령 결과가 좋다해도 내가 외롭다는 것을 들키지 않았을 뿐,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과는 달리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듣고 싶었던 말은 '같이 해요! 재밌게 신나게 해봐요. 제가 도와줄게요.'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가 나에게 그 말을 하면 본능적으로 '거짓말...'일 거라며 탐색을 시작했다. 완벽한 사람도, 살다보면 완벽한 순간도 없다. 그 와중에 내 의심을 증폭시키는 부분, 내가 오롯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고 느끼면 두려움이 찾아와 먼저 도망가고 말았다.
그 한 사람이 나타난다면 '뼈를 묻어야겠다.'고 생각할만큼 충성스러운 관계를 맺으려 했다. 사람 사이의 신뢰와 우정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찾아왔던 인생의 시험 때문에 이런 신념을 갖게 되었을까? 아니면 이런 신념이 있었기에 시련이 찾아왔을까. 생각의 뿌리를 흔드는 일들을 겪으며 무의식적으로 강화된 생각들은 외려 관계에 방해가 되었다. 사람 사이는 반드시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며 한 사람에게 흠뻑 젖는 것은 위험하다. 나를 구원해 줄, 내가 원하는 사랑을 온전히 나에게만 부어줄 수 있는 대상은 신만이 가능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 사람과 맺었던 절정의 순간으로 연결된다. 나와 그가 연결되었던 한 순간, 그 순간을 기억하며 맺어가야 한다. 매 순간이 좋을 수 없으며, 그런다해도 그 관계가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인생의 명장면, 단 한 컷의 그 장면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또 다른 베스트 컷에 함께할 사람을 초대해 명장면을 함께 만드는 의식적인 시나리오를 써야겠다. "나를 도와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