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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8 나에게 따뜻한 말

엄마의 죄책감을 위로하는 말

  학교에 가는 아이의 가방이 무겁다. 어른이 들어도 몸이 기우뚱거릴 지경이다. 


  "아유~ 가방이 너무 무겁다. 필요하지 않은 건 빼고 가면 안 될까?"


  가방 안에는 읽고 싶은 책이 가득이다. 제가 필요한 것을 모두 챙겼을 터. 안쓰러운 마음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책 빌리는 거 싫어. 잃어버리면 물어줘야 한단 말이야."


  물건을 잘 잃어버렸던 아이도 아니다. 혹여나 실수로 잃어버린다면 변상을 할 수도 있는데 그게 무서워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겠다니. 아이가 등교하고 난 뒤,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아이가 자꾸 맘에 걸린다.


  ‘잃어버리면 엄마가 물어줄게. 걱정하지 말고 싶은 책 마음껏 빌려서 읽어도 돼.’


  이 말을 아이에게 했던가.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다 빌려온 책 중 하나를 겨우 찾아내며 안도했던 아침에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 책을 세트로 빌려오고 가끔 한 두 권이 빠졌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책을 읽다가 제자리에 꽂지 않아 반납 때 빠뜨리곤 빌리지 말아야겠다고 난감해하기도 했다.


아이는 나를 보고 배웠을지 모르겠다. 아이를 안심시키려던 말은 당황한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리면 내가 같이 찾아줄게. 너무 미안해말고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엄마의 실수에도 따뜻한 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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