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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7 어설프지만 최선

아토피 아이를 둔 엄마의 죄책감

  아이가 학원 갔다 돌아오는 길, 체육복 주머니에서 부스럭 거리며 무언가를 꺼냈다. 오예스 3개. 학원 차를 타고 오는 길에 하나 까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받은 것을 고스란히 들고 왔다. 아이는 하원 길에 사탕, 젤리 등 받아 온 간식거리를 내게 주었다. 아토피가 있었기에 시중에서 파는 간식을 먹지 않기로 한 약속 때문이다.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며 먹어도 좋은 간식거리로 바꿔주면 되는데, 미안함에 마음이 복잡하다. 이걸 가지고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했을까. 다른 친구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먹고 싶진 않았을까.



  아이는 18개월이 되었을 무렵부터 가을이 되면 다리 뒤가 울긋불긋하게 부풀어 올랐다. 밤새 피가 날 정도로 긁으며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음식을 가리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도, 나의 정신 건강에도 나았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 건강도 지켜주었는지 모르겠다. 겨우 서너 살 된 아이가 다른 친구들이 간식을 먹는 것을 매번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면 마음으로 울었다. 간식을 주는 사람도 괜히 밉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넘치다 못해 화가 나기도 했다. 한참을 긁으며 잠 못 드는 아이에게 ‘그러니까 엄마가 그거 먹지 말랬지!’라며 어쩌지 못하는 내 죄책감을 떠넘긴 적도 많았다.



  오예스를 대신해서 엄마가 준 유기농 과자를 손에 든 아이가 말했다.



  “엄마, 학교 퀴즈대회에 나가서 맞추면 간식을 준다는 거야. 받아도 못 먹으면 상처받잖아. 그래서 안 나갔는데 간식이 유기농 과자였던 거 있지.”



  간식을 먹지 못할 때면 아이가 속상할까 봐 염려하긴 했다. 막상 아이의 입을 통해 ‘상처’라고 표현하는 걸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 아이를 지키려던 나의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정말 그랬을까.



  아이의 마음 건강까지는 책임지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함이 넘칠 때면 기준 없이 ‘너무 먹고 싶으면, 하나 먹어.’라는 말로 아이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아이의 간식 문제로 마음이 번잡한 날이면 스스로 한 선택들을 되짚어보며 최선이었느냐고 나에게 따지듯 묻게 된다. 미안함과 죄책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내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늘 최선이지 못했더라도 내 마음이 편안하고 아이에게 좋은 에너지가 흘러가고 있는 방법인지 다정하고 따뜻하게 물어보아야겠다.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은 늘 최선이므로. 미흡한 선택을 했더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우리에겐 있다. 죄책감이 화로 이어지고 그것이 나와 아이를 모두 아프게 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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