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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5 나를 구하다

나에게 고백하는 '사랑한다'는 말

  끝내지 못한 일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날이었다. 마감시간이 다가오는 데 애들이 매달려 징징거린다. 아이들을 먼저 재워놓고 해야겠다며 한참 누워있어도 잠들지 않는 아이들을 보다 결국 화를 벌컥 내고 말았다.



  "어서 들어가서 자라고 했지. 엄마가 몇 번이나 이야기해. 엄마도 좀 살자!"



  참았던 말까지 하고 말았다. 내뱉고는 후회스럽고 미안한데도 화살은 결국 남편에게까지 향하고 말았다. 남편은 진즉 말을 하지 그랬냐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평소 잘 때는 엄마만 찾는 아이들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코가 쑥 빠져서 아빠와 방으로 향했다. 아이들과 남편이 들어가고 혼자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힘들 때 아이에게 미안했던 것들을 회복시켜주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정신을 차리라고 내 뺨을 한 대 때렸다.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것보다 뺨이 얼얼해지는 아픔을 느끼는 게 덜 고통스러웠다. 찰싹. 찰싹. 한 대 두 대 때릴수록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 오히려 미안함과 죄책감에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화가 난 엄마 얼굴을 보며 무서워하던 아이를 떠올리며 찰싹, 아이에게 감정을 쏟아낸 자신을 욕하며 찰싹, 엄마 노릇도 아내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멍청함을 저주하며 찰싹. 뺨을 때리고 머리를 쥐 뜯으며 바닥을 굴렀다. 자기에게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아이의 두려운 눈빛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개를 흔들며 더 빨리, 더 세게 머리와 뺨을 때렸다. 이래서 자기 몸을 아프게 하는구나. 이렇게 정신을 놓는구나.



  이후로도 통증에 시달렸다. 동시에 스스로를 미워하고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대했는지 느껴졌다. 힘도 나지 않고, 무얼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를 더 미워하면 살아내기 힘들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내 죄책감 때문에 어린아이들을 내버려 둔 채로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몸의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나에게 사과를 하는 마음으로 '사랑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하고도 믿기지 않는 말들이라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의미 없이 읊조렸다. 한참 같은 말을 반복하고서야 마음에도 와닿기 시작했다. 결국 살아내야 한다면 평생 나 자신과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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