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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4 두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가 둘이라서 느끼는 죄책감

  며칠간 둘째 아이가 열 감기를 앓았다. 아픈 아이를 집에서 돌보기 위해 다른 일을 모두 미루었는데 그중에는 첫째 아이와 한 약속도 있었다. 둘째가 회복하는 동안 미룬 약속을 메우려고 한 새로운 약속이 늘어났다. 



  학교에서 도서관 봉사를 하기로 한 날이 있었다. 아직 저학년인 첫째는 엄마가 학교에 오는 걸 좋아했다. 엄마가 학교에 오는 날을 기다리던 아이는 '아싸!'라고 외치곤 학교에 갔다. 더 미룰 수 없었다.



  문제는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은 둘째 아이의 건강 상태다. 며칠 결석을 하다 등원을 하려는 오늘, 하필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간다고 했다. 바깥 외출은 무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도시락을 싸고, 안 가겠다는 둘째를 달래서 옷을 입혔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보내자니 몸이 좋지 않은 아이가 걱정이고, 보내지 않자니 엄마가 학교에 올 것이라며 좋아하던 첫째에게 미안하다. 이럴 땐 내 몸도 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 명은 첫째 학교에, 한 명은 둘째와 집에 머물러 줄 수 있을 텐데.



  달리 손 빌릴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둘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혹시 소풍 가는 걸 정 힘들어하면 다시 데리러 올 테니 연락을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했다. 뒤돌아서 나올 때 들리는 아이의 기침 소리가 내 마음에 컹컹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연락이 왔다. 아이가 소풍을 가지 않으려고 하고, 또 많이 걸어야 하니 힘들 것 같아서 다른 반 아이들과 함께 원에 있기로 했다며.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부르니 울어서 붉어진 눈으로 '엄마 왜 이제 왔어.'라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둘째를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는 다른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어서 함께 들어가진 못할 테지만 어떻게든 첫째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같이 봉사하는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혹시 아이가 엄마를 찾으러 도서관에 오면 운동장에서 있다고 전해 달라했다. 둘째와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소풍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사이, 운동장으로 온 첫째는 엄마를 발견하고는 곧장 친구와 잡기 놀이를 하러 갔다. 학교가 끝나면 다시 데리러 오겠다며 손을 흔들고 그제야 자리를 떠났다.



  두 아이를 키우며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죄책감이 들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스트레스를 받아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를 볼 때, 어린 아기를 재우는 동안 거실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는 첫째를 눈으로만 도닥여야 할 때도 미안했다. 첫째의 일과에 맞춰 다니면 낮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투정을 부리는 둘째가 마음에 걸렸다. 결국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보다 지쳐 몸이 지쳐 무기력할 때도 내가 부족해서 인 것만 같을 때도 있었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줄 체력도 부족하고, 연령 차이가 나는 두 아이를 동시에 만족시킬 지혜도 없게 느껴질 때는 스스로가 초라하기만 하다. 그래도 너희가 둘 다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두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만은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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