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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3 내가 못 나서  버티지 못한 거 아닐까

아이의 사회 관계 때문에 느끼는 죄책감

  유기농 음식을 먹이며 아이의 아토피가 심해지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였다. 고단한 육아 생활을 같이 나누던 지인을 통해 숲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운다는 공동 육아를 소개받았다. 선생님도 없이 야생 숲에 아이들을 놀게 하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자연에서 놀면 아토피도 좋아지고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겨 합류했다. 



  아이는 보육기관을 다니며 일주일에 한두 번만 가서 자유롭게 함께 놀았다. 그런데 갑자기 매일 오는 사람만 받겠다는 것으로 규칙이 달라졌다. 아이가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한 지도 얼마 안 되었고, 공동 육아는 정비가 되지 않아서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가정보육을 하던 다른 엄마들의 필요와 시기를 고려할 때 더 미룰 수가 없었다. 쫓기듯 고민을 하다 결국 이틀 만에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이후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여섯 살 아이와 돌 지난 두 아이를 데리고 매일 도시락을 싸서 숲에 가는 건 생각보다 고단했다. 확고한 육아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흔들리는 나를 볼 때도 초라했다.



  어렵게 한 결정임에도 한 달이나 겨우 버티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시 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머물렀다. 그 해 가을도, 겨울도 유독 길고 외로웠다. 봄이 오면 다시 아이들이 기관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코로나 상황까지 이어졌다. 뜻하지 않게 두 아이와 긴긴 가정보육을 하며 수도 없이 나를 원망했다. 왜 그렇게 성급하게 잘 다니고 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했을까. 다른 엄마들 의견에 맞춰줬더라면….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뭔가 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왜 이렇게 부족하고 못난 게 많을까. 



  육아가 버겁고 아이들에게 미안했으며, 나라는 사람이 싫어서 들들 볶아댔다. 코로나만큼이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길고 긴 죄책감의 터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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