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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2 쉬고 싶은 마음이 들면  자격이 부족한 걸까

내 시간이 필요한 엄마가 느끼는 죄책감

  아기를 돌보는 일과 중 손에 꼽는 힘든 일은, 단연 잠을 재우는 거다. 잔뜩 피곤해서 저녁 내 징징거리다가도 눕히면 다시 에너지가 생기고 더 놀고 싶다며 떼를 썼다. 일정한 수면 의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에 잠들기 2시간 전,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키고 잠자리에서 책도 다 읽어준 후에도 말이다.



  아기가 잘 때면 꼭 내가 옆에 누워있어야 했다. 빨리 재우기 위해서 죽은 듯이 등을 돌리고 누워 있다가, 불빛 없는 어두컴컴한 침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세상은 즐겁게 돌아가는 데 나와 아이만 가로와 세로 150 센티 남짓한 범퍼침대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아기는 내 배 위에 올라와 얼굴을 몇 번 흔들어 보다가 (엄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게 확실해 보일 즈음이 돼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운이 좋은 날에는 30분쯤 누워 있으면 잠들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족히 1시간은 걸렸다.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날이면 펄펄 끊는 주전자 뚜껑처럼 내 화 뚜껑도 부지런히 열렸다 닫혔다. 



  아기를 재우고 잠시나마 내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티브이를 보며 멍하니 쉬거나 가끔 영화도 한 편 보면서. 특별하지 않아도 소소한 여유를 가지며 종일 육아로 씨름했던 몸과 정신의 노동에서 해방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럴 짬이 허락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어린 아기일 뿐인데 왜 다정하고 친절하게 기다려주지 못하지?’



  이런 내 감정이 옳은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스스로 납득이 안 되었다. 아이는 너무 졸린 날이면 더 잠을 자지 않고 발버둥을 쳤다. 어느 날엔가, 아기를 재우다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뛰쳐나와 혼자 머리를 파묻고 울었다. 내가 있는 세상은 아기의 침대처럼 작고 작아 견딜 수 없었다.



  아기가 잠이 들면 그제야 작은 얼굴과 손이 보였다. 죄책감이 물밀듯 가슴에 밀려왔다. 있지도 없지도 않았던 것 같은 애매한 모성애가 책임을 따지듯 나에게 물었다.



  ‘아직 아기인데, 네 생각만 하고, 진짜 이기적이다. 그러고도 엄마야?’



  ‘남들도 다 하는 일인데, 이렇게 밖에 못하니?’



  내 마음을 때리는 말들이 귓가에 들렸다. 나는 정말 엄마 자격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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