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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1 아기에게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닐까

아이가 다쳤을 때 느끼는 죄책감

  잠에서 깬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밤중 수유를 끊으려던 시점이었다. 아기는 습관적으로 엄마의 가슴에 코를 박으며 숨이 넘어갈 듯 킁킁거렸다. 아이를 어깨 위로 안아 올려도 다시 젖을 찾아 파고들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자 가슴에 찡한 느낌이 들며 모유가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젖 냄새에 아기는 더욱 필사적으로 엄마의 젖꼭지를 찾았다.



  혼자서 아기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거절하며 밀어내는 일이 괴로웠다. 먹고 싶어 하는 아기와 주지 않으려는 싸움이 성립될까.



  도움이 필요했다. 아기의 울음소리에도 태평하게 자던 남편을 깨워 아기를 달래 달라고 부탁을 했다. 심드렁하게 일어난 그는 어설픈 자세로 아이를 안고 위-아래로, 오른쪽-왼쪽으로 흔들었다. 달래지기는커녕 계속 울음소리가 커지기만 하자 아기를 업겠다고 했다. 눈을 반쯤 감은 그이가 아기를 뒤로 휙 돌려 업으려던 순간이었다.



“쿵!!!!”



  순간 수박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아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만 거다. 머리가 땅에 부딪혀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어질 하고 아찔했다. 아기가 잘못된 것을 아닐까.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닐까. 왜 아기를 남편에게 맡겼을까.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대는 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결국 젖을 물리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다행히 아기는 젖을 물자 곧 평화를 되찾는 듯했다. 놀라서 허둥지둥하던 남편도 다시 잠이 들었고, 혼자 오만 걱정과 자책에 시달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아침, 아기는 맑은 눈으로 일어났다. 다행히 건강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마음의 짐을 홀로 지고 깨어 있던 길고 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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