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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6 ‘엄마나무’의 성장통

엄마의 엄마도 느끼는 죄책감

  친정어머니와 함께 학원을 마친 첫째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가 나오길 기다리던 어머니는 이야기했다.


  “할 일도 스스로 다하고 첫째는 너랑 똑 닮았어. 외할아버지가 어릴 때 너보고 그랬잖아. ‘쟤는 똥도 버릴 게 없다.’고. 예쁜 아이 었는데, 내가 다 망쳤지.”


  “엄마, 망쳤다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잖아.”


  “그래도, 많이 힘들었잖아. 그게 내가 잘 못해서 그래."


  평탄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지켜보던 어머니는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했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견디지 못했다. 넉넉하게 품는 어머니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너까지 왜 이러냐.’고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정서적으로 기댈 곳을 찾지 못했던 나는 혈혈단신 외톨이였다. 철이 든 애 어른으로 책임을 다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버거운 감정이 떠올랐고, 어머니와는 사이가 멀어졌다. 서로의 아픈 시간을 이해하기까지 우리는 몇 해의 봄과 가을을 보내야 했다.


  성장통을 겪었던 것 같다. 자라는 나무의 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것처럼, 순간은 아프고 앙상하지만 해와 바람과 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어 가겠지. 앞으로도 좌절하고 슬퍼하며 살아갈 순간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자신이라는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면 좋겠다. 때때로 지친 내가 가지를 기대는 순간이, 어머니의 나무가 부러질 만큼 지치거나 힘들지 않도록 말이다.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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