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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9 꽃으로도 때리지 않기를

죄책감 대신 나를 수용하기

  아이를 키우며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죄책감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느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후회와 참회를 느끼는 것.’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되고 나서는 죄책감이 무겁게 느껴져 일어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내가 한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하는 게 아이에게 잘못한 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도망치는 것 같아 비겁하기까지 했다. 


  엄마도 사람이기에 잘못을 한다. 실수로 아이가 다쳤을 수도 있고, 감정이 섞인 채 엄하게 아이를 꾸짖었을 때도 있다. 아이를 위하는 줄 알았던 일이 도리어 해가 되었을 수도, 욕심을 부리다가 아이와 관계만 서먹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싸워 아이가 불안함을 느꼈거나 영양이 골고루 잘 갖추어진 식사를 차려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엄마의 잘못은 ‘모르거나’ ‘힘들어서’인 경우가 많다. 육아 상식이 부족하거나 아이 기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배우면 된다. 엄마가 힘들다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쉬는 날을 가지고, 혼자서 아이를 본다면 자기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도 잘못을 곱씹기만 하지 말자. 취약해져 있는 나를 비난하면 더 아프기만 할 뿐이다.


  엄마는 완벽하지 않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엄마를 지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며 함께 자라고 성장하는 엄마에게도 적절한 애정과 사랑의 영양분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상과 기준을 높게 갖고, 자신을 엄격한 잣대에 맞추려고 채찍질하다 쓰러지지는 않았는지. 엄마에게 있어서 가장 큰 성장은 자신을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자기 수용의 지혜다.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다. 엄마가 혼자 짊어지기 무거운 과도한 책임감이 주어져 있다면 벗어서 내려놓자. 오늘은 엄마인 나에게 다정하게 꽃을 선물해주고 싶다.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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