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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Oct 26. 2022

#10 육아 예술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엄마의 힘

  돌봄의 일과는 자잘한 일의 연속이다. 아침에라도 홀로 여유를 가지려 했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아이들과 허둥지둥 일어났다. 밤에 돌려놓은 수건이 생각났다. 건조기에 넣고, 새로 빨 옷은 세탁기에 넣었다. 아침으로 먹을 누룽지를 불에 올리고 토마토를 씻었다. 건조된 그릇을 꺼내 서랍에 넣자마자 어젯밤 씻지 못한 커다란 냄비와 아이들이 물을 마신 컵도 보인다. 아이가 학교에 가져갈 따뜻한 물과, 오후 간식인 사과대추도 챙겼다. 아이 감기약의 용량을 맞추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눈금을 본다. 


  그릇에 덜어 준 누룽지가 뜨겁다고 두 아이가 성화다. 후후 불어 식히며 꾸물거리는 첫째를 재촉을 한다. 그 사이 책을 읽어달라고 아우성을 하다 지쳐 누워 있는 둘째가 보인다. 감기를 앓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지 일주일째다.


  TV나 SNS에 나오는 근사한 엄마는 여기 없다. 게다가 아이를 다그쳐서 보낸 날은 종일 마음이 쓰인다. 친절하고 다정한 엄마로 만나자고 다짐해보지만 오후도 분주하다. 놀이터에 데리고 갔다가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하고, 목욕을 시키며 알림장 확인, 준비물 점검, 아이들과 여러 가지 실랑이를 하다 잠이 들면 그제야 허리를 편다.


  엄마의 하루 일과다. 귀찮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면, 엄마라는 책임감에 오히려 내 자격을 의심하게 된다. SNS에는 엄마표로 아이들 학습도 잘 시키고, 체험도 많이 하러 다니고, 정서적인 면도 잘 챙겨주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 지. 다른 엄마들은 역할도 척척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엄마 역할이 힘든 건 아닐까.


  반복되는 일과가 재미없다고, 요리가 하기 싫다고 죄책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 내내 진로를 고민하며 달려왔지만 현재의 도착지점이 실망스럽고, 아이를 키우며 해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인 거라고 안심시켜주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힘듦을 나누며 위로하고 자라 갈 수 있는 엄마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본연의 모습을 찾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며, 삶을 여행으로 육아를 예술로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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