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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Mar 03. 2023

엄마도 신학기 증후군을 앓는다.

60여 일의 긴 겨울 방학을 마치고, 새 봄이 오자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두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작은 물품들이지만 한 두가지 빠뜨리면 다시 챙기는 것이 번거워로우니 되도록이면 한 번에 모두 챙겨주고 싶다. 


아뿔사!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둘째의 물통을 챙기는 것을 빠뜨리고 말았다. 새로운 어린이집에 등원하여 첫 날을 보내고 온 아이를 보니 눈가가 빨갛게 부풀어 있다. 친구들이 모두 물통을 가져왔는데 저만 가져오지 않자 낯선 곳에서 서러움이 터져 한참 울었던 모양이다. 내일을 꼭 챙겨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손을 잡고 집으로 왔다. 첫날 학교에 다녀온 아이도 챙겨간 물건 외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있어 얼른 인터넷 주문을 했다. 그새 키가 자라 줄넘기 길이가 짧진 않은 지 눈대중으로 확인하고, 불편하면 다시 집으로 가져오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자야 내일 덜 피곤하게 등교할 수 있을 것 같아 서둘러 자자고 재촉했다. 아이들은 금새 곤히 잠들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친구들, 선생님과 적응하고 분위기를 살피느라 저마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 모양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학교랑 어린이집에 보낼 서류들을 작성하다보니 밤 달이 훤하다. 저녁 무렵이 되니 아이들 못지 않게 엄마인 나도 피곤하고 잠이 쏟아진다. 아랫배도 살짝 아픈 것 같고, 몸에서 아직 긴장이 느껴지기도 한다.


학교를 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면 긴장이 되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새학기를 맞이하는 첫 날, 학급의 분위기가 바뀌고 새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 지 생각했다. 선생님에게 지적받고 싶지 않아 분위기를 살피곤 했다. 빠뜨린 준비물이 있으면 조바심이 났고, 아침에는 학교에 가기 싫어 꾀를 부리기도 했던 것 같다. 




두번째 날 아침이 밝아왔다. 아직도 꿈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기가 미안해 자꾸만 망설여진다. 먼저 나가야하는 첫째를 깨우고 둘째를 토닥였다. 아침을 잘 먹고 가야 덜 배가 고플텐데 싶어 더 먹인만한 게 있나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기분 좋게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격려하고, 가기 싫다며 투정부리는 둘째를 위해서는 기도를 통해 단단하게 세워주고 떠나보냈다. 


아이들이 가고 나니 빈둥지가 된 것 같다. 기다리던 혼자만의 시간이건만 막상 보내니 함께 있던 날들이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까지만 조금 멍 때리고 다시 나의 날들을 위한 힘찬 날개짓을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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