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비 Mar 09. 2023

엄마의 개학


  아이들이 학교에 간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간 붕 뜬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2월 말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개학 준비를 했다. 색연필, 사인펜, 물병, 리코더 등의 자잘한 준비물 중 빠진 것이 없는지 두 아이의 준비물 목록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물건이 빠지면 신학기에 당황하지 않을까 싶어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럼에도 첫째 아이는 바이올린이 없이 방과 후 수업에 가서 교실로 되돌아가고, 둘째 아이는 물병이 없다며 몇십 분을 어린이집에서 울기도 했다. 그렇게 첫 주가 흘러갔다.


  둘째 주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도 개학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떠나자 순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시간이 생겨도 글을 쓰는 것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고, 대학원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번잡한 생각을 뒤로 하고 계획했던 시간에 맞춰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것은 발레다.


  발레는 그야말로 나에게 맞춤형의 운동이었다. 요란하지 않은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니 지루하지 않았다. 반복된 동작으로 고통을 참아내야 하거나 심심해서 우울감이 올라오는 느낌도 없었다. 운동할 때 몸에 붙는 옷을 좋아하는 데다 예쁘기까지 하니 더욱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스트레칭형의 운동은 발레로 정했다. 대근육이 아닌 속근육을 단련시켜 주니 즐기며 근육도 붙여볼 심산이다. 한 가지 더 나만의 놀이를 하고 싶어서 글쓰기 수업과 수영 강습을 두고 고민을 했다. 지금은 체력관리에 조금 더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수영을 선택했다. 남편이 둘째 어린이집 등원을 도와주기로 했으니 아침에 조금 일찍 나서서 수영을 다녀오고 따뜻한 물에 샤워와 반신욕을 한 뒤에 하루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상담소에도 다시 출근을 했다. 오전 시간에 한 상담은 여러 가지 절차와 개입되어 있는 사람들이 까다로워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른 선생님들도 걱정해 주셨는데 생각보다 순조롭게 잘 되었다. 출근을 하니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네! 근처 법원 주위에 식당이 모여 있어 삼삼오오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자유 시간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 또한 설렘이 느껴지기도 했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점심시간은 일뿐 아니라 수다를 통해서 나다움을 자연스레 표현해 가는 방법을 익히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들만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아이 학원을 데려다주고는 근처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겨울에는 아이가 학원에 갔을 때 가까운 카페에 있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터디카페에 한 번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카페보다는 조용해서 좋았다. 단지, 나는 창문이 꽉 막혀있는 공간이 답답하고 익숙하지 않으며 약간의 공포심도 느끼는 편인데, 창문이 모두 닫혀 있거나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어서 안정이 되지 않았다. 창가에 블라인드를 올릴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다음부터는 그 자리에 앉아볼 요량이다.


 내일은 새로운 북클럽을 시작한다. 다른 코치들과 함께 개인 성찰 및 역량 강화를 도울 목적으로 진행하는 북클럽이다. 새로 시작하는 일들이 공백을 가지다 보니 모두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들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시 한 가지씩 다져가면 되겠지. 개학을 맞이한 엄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차분하고 긴 호흡을 하며 한 학기를 보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도 신학기 증후군을 앓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