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무언가가 있나요?"
여섯 살 조카와 통화를 하며 흘린 함박웃음 한 스푼, 영화를 보다가 흐린 눈물 한 움큼, 아주 오래전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의 미친 듯한 설렘 한 국자, 내가 슬플 때마다 펼쳐보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 첫 챕터, 친구가 내 생일에 길가에서 들꽃을 따서 즉석에서 만들어준 오색빛깔 꽃다발의 추억.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10쪽.
오전에 듣는 글쓰기 수업이 취소되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기만 하다. 오매불망 기다려 신청한 수업이었건만 정작 빈 시간이 생기니 콧노래가 나온다.
근처 도서관에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이며 궁금했던 책들을 찾아보았다. 책장 사이를 걷는 즐거움. 곱씹어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때면 정다운 친구처럼 반갑다.
얼마 전 아이들과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그려본 적이 있다. 아홉 살 첫째는 낙서하기, 재미있는 생각하기, 매운 떡볶이를 엄마와 함께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다섯 살 둘째는 넓은 공원에서 달리기, 그리고 친구랑 같이 놀면 행복해진다고. 인생 몇 년 차에 관계없이 저마다 필요한 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과 마음을 돌보는 자신만의 힐링 패키지다.
몸돌봄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신체 활동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콧물을 훌쩍일 즈음이면 감정도 덩달아 쳐지기 마련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수영, 일주일에 4번 요가 수업 참석, 매일 햇빛 한 스푼과 함께 하는 산책이 내 몸에 맞춰진 힐링 패키지다. 따뜻한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거나, 탕에서 몸의 열기를 데워주는 것도 꼭 필요하다. 먹고 싶은 음식 먹기, 좋아하는 사람과 수다 떨기, 가끔 재충전을 위한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잘 자고 잘 먹는 건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동시에 올려주니 어떻게든 힐링 패키지에 담아야 한다.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 본다.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친구이자 성인이 된 나의 부모,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치유자는 결국 나 자신인 것을. 글쓰기를 통해 나를 만나고 돌보아 줄 하루 15분도 나만의 힐링 패키지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