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탐구의 시작
박사생들끼리 듣는 음악학 세미나 봄 학기 첫 수업에서 교수님은 대뜸 질문을 던지셨다. "음악가로서의 너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해?" 순간 사적인 질문에 당황했다. 음악학과 아카데믹한 수업을 배울 줄 알았던 수업에서 왜 이런 질문을 던지시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교수님은 한 명씩 우리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쉬는 시간에는 뭐 하며 보내는지를 물어보셨다. 세 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의 끝에 교수님은 이번학기 주제를 ‘아이덴티티 (정체성)’로 정하셨다고 하셨다.
'엥…? 클래식 음악에 관한 Identity를 가지고 한 학기 내내 공부를 한다고? 정체성이 음악에서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야기할게 뭐가 많나..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찼다. 학기의 반이 지난 지금, 의문 가득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수업에서 그동안 다양한 글을 읽었고, 우리는 정확한 하나의 답이 없는 계속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나누었다.
예를 들어,
창작자의 삶과 작품을 연관 지어 보아야 하는가,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창작자의 삶을 알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오히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가?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감상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시선과 관점으로 해석하는 자유가 더 중요하지 않는가?
문화에 대한 소유권이란 존재하는가? 문화가 시작한 발생지의 사람들이 그 소유권을 갖는가? 그렇다면 다른 문화권의 예술을 하는 것은 허락받지 못한 일인가? 아시아인들이 서양 클래식음악을 하고, 백인들이 재즈를 즐기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음악 장르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가? 타인과 동질감을 형성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오바마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힙합이 그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 힙합의 뿌리인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현재 젊은 세대 등과의 동질감 형성이 힙합 덕분에 가능했는가?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를 통해 언어와 정체성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볼 수 있을까? 언어가 그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담는다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두 개의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정체성 관련된 사회적 이슈 문제들과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개개인의 정체성을 침해받는지, 나는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잘 지키고 있는지 등 우리는 한 학기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글을 읽으며 일상 곳곳에 정체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우리가 이런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고 이 세상의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직도 이 세상에, 작게는 클래식음악 세계에, 더 작게는 음악을 하는 우리의 일상에 작아 보이지만 큰 문제점들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내 정체성이 침범을 당했을 때 즉시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첫 번째 단계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우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가? 나를 잘 알고, 나를 잘 지키고 있는가?'
음... '아니! 아직...' 이 브런치 글을 통해 나에 대해 하나씩, 아주 낱낱이 뜯어보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다. 나는 연주자로서, 클래식음악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미국 유학이 나의 가치관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독자님들에게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나요?'
저의 정체성 탐구 여정을 응원해 주세요! 함께 해 주세요! 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연주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글을 올리겠습니다!
다음 주 한국시간으로, 4월 13일 토요일 아침 11시 리사이틀 연주가 있습니다. 프랑스 음악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라이브 링크가 웹사이트에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necmusic.edu/events/recital-ga-young-park-25-dma-collaborative-pia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