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전략가의 Life Blueprint 그리는 법
이래저래 나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갈 때쯤,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최근 몇년간 회사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좋지 못했고, 시장상황 또한 단기적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에 대해 경영층/이사회/사회로부터 도전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직의 현재 상황과 미래 가능성을 ‘진단’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반년 동안 모든 사업을 포함한 전체 경영 환경 분석, 사업별 경쟁력에 대한 진단을 수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Solution 도출하였다. 입사한 이래로 가장 바쁘고 힘들게 일했다. 거의 매일이 Due date이었고, 매일 다른 Feedback을 반영하느라 수정에 밤을 지새웠다. 협업의 폭도 넓고, 시간과 인력, 데이터 같은 모든 리소스는 부족했지만 기대되는 바는 너무 큰-. 멋진 팀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쫄딱 망할 뻔했던 아찔한 프로젝트랄까.
그 이후 또 이래저래 살다 나에 대해 징징거리는 일련의 Episode를 쓰게 됐고, 울고 인상 쓰면서 쓰다가 문득 내가 나를 ‘진단’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깨닫았다. 나는 그렇게 숱한 프로젝트를 해왔으면서, 왜 내가 병들었다고 생각했을 땐 울기만 했을까? 그래서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가면서 한심하다는 듯 (원래 프로젝트하다보면 늘 대상은 한심하다.) 쯧쯧하며, 종이 한 장과 연필을 꺼냈다.
그리고 보통의 프로젝트 흐름을 적었다.
문제인식 : ㅠㅠ 왜이래 ㅠㅠ 허어어엉 or 엥 이대로 가단 큰일 나겠는데?
Project 목적 확인 : 안되겠다. 영광의 과거를 재현하든, 아니면 이전까지 없었던 아름다운 무엇을 불러오든. 아니면 단기적으로 내년 적자는 면해야지!!! 등..
현황파악 : 이거 왜 이따구야?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잖아? 왜 이러는거야?
Root Cause 파악 : 아…. 이것 때매… 그렇구나.. 나레기… 쟤레기…
초기적인 Solution 도출 및 이후 모습 Projection : 이렇게 하면, 적어도 이건 되겠지.
보통 문제인식은 CEO나 Owner가 하게되는데, 내 삶은 나름(?) 내꺼니까 내가 문제 인식을 하는게 맞겠지. 근데 이런 문제인식 이후에 CEO나 Owner는 항상 생각하는 해결 방향성이 있던데, 나는 그게 없네. 후 어쨌든 그래서 나도 한번 내 모습을 그렇게 진단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보통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주정도를 생각해보고 내 삶도 그정도 성찰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 “제안서” 마냥 초기적 가설들을 아래처럼 써보았다.
l 문제인식
-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라는 늘 회의적인 태도 : 회사와 삶에서의 Demotivation 심화
l Project 목적 파악
- 난 확실하게 행복하고 싶어
- 그리고 내가 행복한 기분으로 힘을 내서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고 싶어
l 현황파악
- 열심히는 하지만 딱히 재밌어서 하지는 않음
- 열심히는 했지만 대외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
-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으나, 둘 중 어느 하나도 내맘에 들지 않음
- 나에 대한 만족도가 낮음
- 어느 날은 잘한 것 같다고 거만하고 어느 날은 우울해 함
- 다른 사람이 성취하는 것을 보며 조바심을 냄
l Root Cause 파악
- High Performance의 Persistency 부족
- 욱하는 성질머리
- 자신에 대한 고질적인 평가절하 Stance
- 잘하지도 못하면서 기대치는 높은 딜레마적 Perfectionism
- 자신에 대한 안정감 결여 : 남의 평가를 우선시 함
l 초기적인 Solution 도출
- 삶에 대한 나의 방향성 확립
- 커다란 방향성을 Support 하기 위해 필요한 것 확인 후 중장기 관점의 “유동적” Plan 마련
- 내가 잘하고, 원하고 그렇지만 못해서 보강 해야하는 것에 대한 분석 (!)
l 나의 Vision 도출 및 세부 사항 Set-up + 수행 (Go Go Go!)
- 초기적인 생각마저 들지 않는 미지의 영역.. ㅎ
초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써봤지만, 늘 나와 함께한 감정들 혹은 습성들이라 그런가 꽤나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근데 이걸 파악하면 나 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쓰면서 살짝 놀랐던 부분은 “Project 목적 파악”. 초기적으로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쉬이 써졌다. 어쩌면 내가 오래도록 바라던 것일까?)
사실 이런 거창한(?) 말로 진단 프로젝트네, Blueprint네 하지만, 이걸 해낼 수 있을지 여전히 불안하고 자신없다. 고질적인 문제다. 그렇지만 20년 넘게 깨고 싶었던 내 모습이라면, 이번엔 실금이라도 쩌적 (이정도 소리면 실금 아닌 것 같긴하지만..) 대차게 내보겠다는 마음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잘 못해도 그냥 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 아 모르겠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