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너머, 악몽의 잔영

<합성열병> 전시 중 방소윤 작가 작품 감상

by 김정승
합성synthetic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재구성하는 AI의 생성 메커니즘을 드러내며... 열병fever은 생성형 AI를 향한 광풍과 그 이면에 자리한 불안과 위기를 은유한다

이 전시 서문처럼, <합성열병>은 AI가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간극을 섬세히 드러낸다. 그 간극은 단순히 기술과 인간 사이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고 감각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다.

전시장에 방소윤 작가의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었다.

3D 툴과 이미지 생성 AI를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형상은, 현실과 닿아 있으면서도 분명히 현실이 아닌 어떤 결로 존재했다.

두꺼비인지, 도마뱀인지, 뱀인지, 도롱뇽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 미끌거리고 축축한 형상은, 마치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가 언젠가 떠오를 것만 같은 '기억'처럼 작용한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곧 모습을 드러낼 어떤 기척처럼.

그림은 묘하게도 '물속에 잠긴 기분'을 남긴다.

안개처럼 퍼진 터치, 에어브러시로 그려진 매끄러운 질감, 그리고 그 안을 미끄러지듯 떠도는 형상.

그것들은 화면을 정지한 상태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보는 이의 감각을 둔화시키며 천천히 끌어들인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되지 않는 상태에 가까워진다.

작품이 환기하는 감정은 '기억'보다도 '기억의 잔상'이다.

그것은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꿈처럼 불분명하고, 악몽처럼 불쾌하다.

현실과 디지털 사이. 그 틈새는 마치 새벽녘, 잠결에서 꿈의 마지막 장면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을 닮았다.

그 장면은 언제나 정확하지 않다. 형태가 없다. 그런데도 강렬하다.


방소윤은 이 불확정성을 포착한다. AI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여러 번 재구성되고 변형되는 형상을 추적하고, 그중 일부를 물성으로 고정한다.

그 회화는 완성된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가 '되기 직전'의 순간이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직후, 머리맡에 두고 휘갈겨 쓴 스케치처럼.

이러한 형상은 단순한 비주얼이 아니다.

그것은 AI라는 도구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감각과 맞닿아 있는 인간적인 불안을 시각화한 잔상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보이는 것'보다 '기억되는 것', 또는 '지워졌지만 남아 있는 것'에 더 오래 머문다.


<합성열병>의 전체 전시가 AI에 대한 통찰과 탐색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가운데, 방소윤의 작업은 오히려 조용하고 정지된 장면으로 그 한가운데를 가른다.

디지털 이미지의 표면적 매끄러움 뒤에 숨어 있는 심리적 파문, 감각의 지연, 불쾌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단면.


이 회화는 AI라는 시스템이 생산한 환영에 대한 반응이자, 그 환영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감각이 만들어낸 새로운 실재의 한 조각이다.


결국 방소윤의 그림 앞에서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며 살아가는가.'

그리고 그 떠오름의 모양은 늘 그렇듯, 또렷하기보다는 흐릿하고, 차갑고, 물에 젖어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 <합성열병 Synthetic Fever>

참여작가 : 방소윤 외

장소 :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씨

기간 : 2025년 3월 19일 -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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