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그린 재즈, 격자의 회화적 계보

맥아서 비니언 Mcarthur Binion 작품 감상

by 김정승

격자 속 무수한 점들은

마치 동일한 형식 아래 놓인 존재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점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과 밀도, 결을 드러냈다.

같은 색, 같은 간격.

하지만 어느 하나도 완전히 같지 않았다.

유사한 형식 아래 놓인 개별의 차이들.

비니언의 작업은 그 틈을 오래 바라보게 했다.


DNA Study, Berkeley Suite 시리즈는

삶의 궤적을 눌러 찍듯 반복하면서

세대와 세대를 통과해 전해지는 무언가를 그린다.

반복과 차이, 유전과 기억의 서사.

그 반복과 차이의 결은 세대와 기억이 중첩된 하나의 타피스트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격자를 통해 집단 무의식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경계에 걸쳐진 점 하나가 눈에 띈다. 세대를 뛰어 넘으려는 시도일까.

문서 이미지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붙여져 있다.

좌우로, 상하로 변화를 시도하는 듯 하지만 내용은 그대로다.

구성은 바뀌어도 본질은 남는다.

세대가 흘러도 반복되는 서사의 골격처럼.

격자는 6x6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그 격자 안 셀들은 다시 3x3으로 묶여 확장된다.

그 안을 채우는 점, 선, 연결들.

보이지 않는 흐름을 따라 정보와 감각이 얽히고 겹친다.

조율된 것 같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어디엔가는 얼룩이 번지고

어디엔가는 흔적이 남는다.

그 모양새는 한 시대를 감싸 안은 듯,

또 다른 시대를 밀어낸 듯,

파도처럼 움직인다.


셀 하나.

그 안에 담긴 색, 선, 압력, 방향

그 모든 조합은 개별의 성향을 암시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셀들을 묶어 집단이라 부른다.

멀리서 보면 닮았다.

가까이에서만 다르다.

그 간극에서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구조 속에 놓여 있는가.


비니언의 작업은 회화이자 구조이며, 또 하나의 계보다.


점과 선, 셀과 문서, 개인과 집단.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악보처럼 놓여 있다.

삶의 흔적이 반복되고 어긋나고 이어지며

어떠한 운율을 만들어낸다.

그 격자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리듬을 지닌 채 존재한다.

겹쳐진 진동들은 불완전하게 조율되며

느슨하지만 분명한 형식을 만든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재즈다.




https://youtu.be/XFq7QwWcf2o?si=J1SZoi0J_K_HPSnj



전시 정보

- 전시명 : 《네모: Nemo》

- 참여작가 : 맥아서 비니언, 정상화, 스탠리 휘트니, 윤형근

- 전시장 : 리만머핀 서울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37-61)

- 기간 : 2025년 6월 12일 -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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