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중의 <삼라만상> 앞에서 나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마주하다
강익중 작가의 <삼라만상> 앞에 선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부처의 형상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3인치 조각들이다.
조각들은 각자 입자가 되어, 흐르듯 하나의 커다란 형상을 이룬다.
그 장면은 강익중이라는 우주가 시간과 감정, 기억의 밀도로 구성되어 있음을 말없이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서의 조각들은 수직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것은 부처의 거대한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위로 솟구치는 기운 혹은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상승하는 에너지로도, 하강하는 흐름으로도 읽히는 열린 구조다.
내게는 그것이 형체를 잃고 나를 향해 쏟아지는 감각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형상을 향해 흘러내리는 수많은 입자들.
그 아래 서 있는 나는, 어느새 그 흐름의 일부가 된다.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홈페이지에 소개된 작품 이미지에서는 조각들이 원형 공간에 배치되어 있다.
순환과 연결을 상징하는 그 구성은 시간성과 공동체성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의 수직 배치는 보다 직접적이고 내면 지향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흐름을 따라 시선이 안으로 향할수록, 나는 나를 이루는 조각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게 된다.
크롬 도금된 부처상은 관람객의 얼굴과 조각들을 담아낸다.
반사되는 표면은 마치 거울처럼 나와 주변의 모든 모습을 번갈아 비추고, 그 안에서 부처는 점점 자신의 형태를 잃는다.
형상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나는 점점 더 선명하게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지금 부처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반짝이는 조각들은 고요히 흐르기도 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그 움직임은 곧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이루는 입자들처럼 연결된다.
어떤 조각은 나의 어린 시절일 수도 있고, 어떤 조각은 지금의 너일 수도 있다.
부처는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감정과 기억을 반사하고 연결하는 거울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그 아래 서 있는 나는, 그 흐름의 일부가 되어 조용한 질문 하나를 떠올린다.
'형태가 흩어지는 자리에서, 나는 어떤 조각으로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