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으로 이어진 마음, 교감의 맥박

천경우,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 감상

by 김정승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7월 20일까지 열리는 <기울인 몸들-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전시에서는 천경우 작가의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2025)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초상사진처럼 보이지만, 보는 이의 내면을 조용히 흔드는 깊은 감정을 품고 있다.


작가는 '사진은 단 하나의 짧은 순간만을 포착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해나가는 과정을 긴 한순간으로 담아낼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작업은 단지 '포착'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고, 닿고, 기억하는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다.

18명의 노년기 여성이 참여했다. 이를 위해 9명의 여성들은 돌봐주고 싶거나 기대고 싶은 오랜 친구와 함께 초대되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서로를 바라보는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작가는 이 순간에 집중했다. 3대의 카메라가 두 사람 사이에 마음이 이어지는 모습을 동시에 기록하여 사진으로 담았다.

처음 마주한 초상들은 각각 한 사람의 얼굴만 담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프레임의 한편에 또 한 명의 실루엣이 보인다. 한 액자에 담긴 인물은 혼자가 아니다. 마주 보는 또 다른 인물은 이웃한 액자에 담겨 있고, 그 사이엔 상대의 손을 꼭 맞잡은 사진이 양면으로 걸려 있다. 이 손 사진은 독특하게도 프레임 옆면에 붙어 있어 두 사람의 초상 사이를 연결한다. 관람자는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보며 두 인물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지하는 모습을 '시간의 끈'처럼 따라가게 된다. 마치 한 사람의 시선이 다음 사람의 시선으로 이어지며 감정을 전하는 듯한 흐름. 이것은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상호 의존적 연결'로 읽힌다.

두 초상이 방출하는 고요한 아우라는, 가운데 놓인 맞잡은 손에 응축되며 하나의 중심을 이룬다. 그 중심을 따라 감정의 파동은 교차되고, 흘러가는 시간은 무한대를 그리듯 되돌아온다. 이 장면은 마치 포착된 듯하면서도 끝없이 열려 있는 시간 속의 교감이다. '순환'이라는 말보다 '교차된 의지', 혹은 '교감의 맥박'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살짝 상기된 뺨, 응시하는 눈빛, 상대를 단단히 붙잡은 손, 세월을 담은 주름까지. 초점이 살짝 어긋난 듯한 사진의 질감은 흐릿한 시간의 중첩을 떠올리게 하며, 사진 앞에 선 나 역시 그 시간 안에 조용히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품의 맞은편 테이블에는 서로의 손을 맞잡은 사진이 놓여 있다. 안내 문구에 따라 관람객은 그 사진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올릴 수 있다. 조심스레 손을 올리는 순간, 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이 온기가 되어 뻗어 오는 듯한 감각이 밀려온다. 말 한마디 없지만, 따스한 마음이 포개진 손 끝으로 스며든다.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는 침묵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곳에는 마음이 흐르고, 시간이 머물며, 존재가 다정히 서로에게 기대고 있다.

말없이 기대어 있는 마음들이, 그 공간을 조용히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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