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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히 Jul 22. 2021

성냥팔이 소녀와 친구들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성냥팔이 소녀"

하얀 눈들이 소복이 쌓이고 온통 마을에는 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눈으로 뒤덮인 마을은 누가 보아도 아름다웠지만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름조차 없는 성냥팔이 소녀였다. 누구도 그녀의 이름을 알려주지도 지어주지도 않았으며 성냥을 팔기 시작하자 어른들이 지어 준 긴 이름이었다. 성냥팔이 소녀는 어제보다 더 꽁꽁 언 손을 꽉 맞잡고 바구니에 성냥을 가득 담아 잘 정돈 된 길목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가운 길목에 철퍼덕 앉자 몸이 더 으슬으슬 떨리는 것 같았다. 길바닥 위에 바구니를 내려두곤 고개를 들자 눈부신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맛있는 음식 냄새 그리고 따뜻하게 피어나는 어느 집의 온기가 하늘의 구름이 되었다. 집 지붕 위 쌓인 눈이 너무도 아름다워 추운 겨울을 마냥 미워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재빨리 눈을 거두고 바구니 안에서 성냥 두 개를 들어 사람들에게 외친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소녀의 외침이 작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아무도 소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소녀는 다시 한번 더 큰 소리로 “성냥 사세요!” 라며 외쳤다. 굶주린 배를 움켜지고 간절히 외치고 외쳤지만 성냥을 팔 수 없었다. 소녀는 집에 돌아갈 것이 겁이 났다. “다 팔지 못하면 아버지한테 혼날텐데. 어쩌면 좋지.” 소녀는 더 추워진 손과 발을 감싸 웅크렸다. 떨군 고개로 땅을 바라보니 창문에서 새어나온 하얀 빛이 소녀의 발끝에 닿았다. 따스한 그 빛은 행복한 상상을 하게 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가여운 소녀에게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소녀의 행복한 상상을 깨버리고는 소녀의 몸과 마음을 더 춥게 했다. 소녀는 더 이상 추위를 참을 수 없어 성냥 하나를 벽에 그어 불을 붙였다. 불과 함께 피어오르던 연기 위로 커다란 난로가 소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성냥팔이 소녀는 재빨리 그 난로에 손을 대어 보았지만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소녀는 신기해하며 다른 성냥을 재빨리 하나 태워보았다. 이번엔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이 눈 앞에 나타났다. 침을 꿀꺽 삼키고 베어물려하자 음식들은 바람을 타고 흘러갔다. 소녀는 이내 크게 아쉬워했다. “정말 맛있는 음식과 난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잣말을 하곤 움츠리고 있던 그 때였다. 길목 옆 모퉁이에서 소녀와 또래로 보이는 한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쭈뼛쭈뼛 대다가 성냥팔이 소녀에게 물었다. “안녕? 나는 톰이라고 해. 아까 신기한 걸 보았는데 너 혹시 마술사니?” 소년의 물음에 성냥팔이 소녀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곤 대답했다. “아니 아쉽지만 난 마술사가 아니야. 우연히 성냥에 불을 피우니 원하는 것이 나왔어. 근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톰은 물었다. “그런 신기한 성냥이 있다니. 나도 꼭 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말끝 흐리다 톰은 결심했는지 이야기 했다.  “난 사실 저 산 속에 있는 오래된 고아원에 살고 있어.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자랐는데 한 번도 내 부모님을 뵌 적이 없거든. 그래서 한번만이라도 우리 부모님을 보고 싶은데. 그것도 가능할까?” 성냥팔이 소녀는 잠시 고민하다 이야기 했다. “이 성냥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니까 네 소원도 이루어 줄 것 같아.” 소녀의 대답에 톰의 눈은 반짝였다. 그리곤 말했다. “혹시 나머지 성냥을 내게 팔 순 없니? 내 친구들도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선물 해주고 싶어. 괜찮을까?” 소녀가 대답도 하기 전에 빵 부스러기와 함께 꼬깃꼬깃 접어 둔 지폐를 두 손에 모아 보여주었다. 성냥을 팔지 못하면 아버지께 혼이 날 것이 분명했기에 소녀는 고민했지만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돈을 받지 않고 톰에게 모든 성냥을 건네주었다. “톰, 이 성냥으로 친구들이 잠깐이라도 행복 할 수 있다면 좋겠어. 이거 모두 가져가.” 톰은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럼 우리 고아원에 같이 가서 친구들과 함께 네게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게 해줘. 난 아직 네 이름도 모르잖아.” 소녀는 자신의 긴 이름을 말하기 창피하여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톰에게 가자고 부추겼다. 어두운 밤 길 가로등 불빛을 의지한 채 간 깊은 산 속 낡은 고아원에 삐그덕 거리는 문을 열자 소녀와 또래로 보이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톰은 친구들을 불러 모아 소녀를 소개를 하곤 자신이 본 신기한 성냥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자 친구들의 반짝이는 눈길이 소녀에게 쏠렸다. 몇 몇 친구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멋쩍게 웃어보이곤 성냥을 꺼내어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톰에게도 성냥을 나눠주었다. 톰은 제일 먼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 하곤 성냥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안엔 톰과 닮은 누군가가 환히 웃고 있었다. 톰의 얼굴엔 행복이 피어올랐다. 톰이 부모님을 꽉 앉자 바람이 또 그들을 데려갔다. 성냥팔이 소녀는 마음이 아팠다. 톰은 환히 웃어 보이며 소녀에게 말했다. “나도 우리 부모님과 많이 닮았구나. 부모님의 모습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고마워.” 고아원 친구들은 그 광경에 모두 놀라 행복한 웅성임으로 가득했다. 그때 문이 쾅 하고 열렸다. 큰 그림자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단번에 조용해졌다. 큰 그림자가 걷히고 문 밖으로 나온 그 어른은 아마도 고아원 원장님인 듯 했다. 그는 매서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 “그 요상한 물건은 뭐지? 어서 내게 말해 보거라. 톰.” 더 매서운 눈으로 톰을 노려보며 물었지만 톰이 대답 하지 않자 그는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톰은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게 될거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어린 꼬마가 울며 신기한 성냥에 대해 어쩔 수 없이 털어 놓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아이들 손에 있는 남은 성냥을 모두 빼앗고는 “이런 신비한 물건이 내 손 안에 들어오다니. 나는 이제 부자야! 이 지긋지긋한 고아원에 더 이상 있지 않아도 돼” 라고 말하며 고아원을 떠나버렸다. 그가 떠나고 몇 명의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성냥팔이 소녀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더 세차게 바람이 불고 더 많은 눈이 내려 소녀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소녀와 아이들은 서로를 꼭 안고 오롯이 그 온기로 추위를 버텼다. 성냥팔이 소녀는 고민 끝에 이야기 했다. “사실 내게 남은 성냥이 하나 더 있어. 나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거든. 근데 지금 이 성냥을 우리를 위해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아.” 톰은 이야기했다. “아니야 그러지마. 우린 괜찮으니 그 성냥은 너를 위해 써.” 톰에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소녀는 말했다. “이 성냥으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원장님은 너희를 버렸고 이제 우리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해. 방법이 없을까?” 소녀가 묻자 주근깨 가득한 한 소년이 말했다. “저 멀리 성 안에 지혜로운 왕이 살고 계신대. 우린 그 분 덕에 이곳에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고약한 원장이 우리 것을 다 빼앗고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어 버렸어. 혹시 그분께 이야기 하면 우릴 도와주지 않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톰은 말했다. “어른들은 모두 우리에게 관심 없어. 우리는 그들과 다르니까.” 고민하던 성냥팔이 소녀는 말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 한번 해보자. 예전에 성 안에서 커다란 폭죽이 터지는 걸 봤어. 폭죽은 크니까 성까지 보여서 우리가 있는 곳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톰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친구들은 모두 성냥팔이 소녀의 말에 동의하며 밖으로 나갔다. 성냥팔이 소녀는 두 손을 맞대고 소원을 빌고는 마지막 남은 성냥에 불을 붙였다. 불이 피어오르자 커다란 폭죽이 연달아 아름답게 터지고 밤하늘의 별이 더 많아졌다. 어느 때와 달리 오래도록 폭죽은 이어졌다. 친구들과 둘러 앉아 폭죽을 바라보다 소녀는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가늘게 떠 보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추운 겨울 밖에서 잔 탓 인지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사람들이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가여운 것들. 나쁜 원장이 아이들을 버리고 가 이런 일이 있었나보오.”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사람들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한참 뒤 눈을 뜨자 성냥에서 보았던 따뜻한 난로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공간에 와 있었다. 우리는 왕의 도움으로 안전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우린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각자의 침실에서 일어나 친구들의 눈을 맞추며 소녀는 이야기 했다. “거봐. 아직 우릴 잊지 않은 어른들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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