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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히 Jul 23. 2021

내 친구 엄지공주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엄지공주"

밝은 달빛이 밤하늘을 비추던 밤, 한 소년은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제게도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그 소년은 두 손은 꽉 맞잡고는 달빛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소년의 기도를 달이 들었는지 다음 날 소년의 화분에 예쁜 꽃이 피어있었다. 소년은 “네가 내 친구구나.”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소년은 학교를 너무도 싫어했다. 친구들은 매일 소년을 놀리기에 바빴고 학교에 혼자 있는 그 시간은 지옥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소년은 친구들과 달리 잘 걷지 못했다. 태어 날 때부터 한쪽 다리가 아파 목발이 없인 걷기 힘들었다. 그런 소년에게 친구들은 매일 돌연변이라고 놀려댔다. 소년은 학교에 있는 내내 집에 있는 꽃을 생각했다. 잠시나마 마음의 상처가 덜 아픈 듯 했다. 수업을 마치는 마지막 종이 울리자 소년은 뒤도 안 돌아본 채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소년은 가방을 침대 위에 던지고 책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꽃은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히 가지만 남아 소년을 맞이했다. 소년이 크게 실망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때 화분 뒤에서 엄지공주가 슬며시 나왔다. “친구야 울지 마.” 작은 손으로 인사를 건네며 화분 앞에 앉은 엄지공주를 보자 소년은 깜짝 놀라 의자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놀라게 했구나. 미안해. 나는 널 만나러 왔어. 우리 친구가 되지 않을래?” 소년은 엄지공주를 올려 다 보고는 처음 받는 행복한 질문에 괜스레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이럴 수가! 내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했거든. 반가워! 내 이름은 잭 이라고 해.” 엄지공주는 환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난 엄지공주! 잘 지내보자.” 잭은 입을 방끗 웃고는 엄지공주를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 내가 좋아하는 꽃들로 가득해. 엄마가 내가 싫어하는 채소를 몰래 심어두긴 했지만 난 이곳이 좋아. 어때? 맘에 드니?” 엄지공주는 수많은 형형색색의 꽃 들이 모인 정원을 보며 행복해했다. “물론이지. 잭.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있어.” 잭은 엄지공주의 대답에 기뻐하며 말했다. “내 친구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싫어해. 나보고 항상 돌연변이래. 사실 난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르거든. 그래서 나와 놀아주는 친구가 없어. 너처럼 좋은 친구가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지공주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말했다. “네가 돌연변이라고?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살고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따뜻한 마음은 모두 같으니까! 흠, 혹시 괜찮다면 내가 살고 있던 마을에 가보지 않을래? 멋진 정원을 보여준 답례도 할 겸 내가 사는 곳을 보여주고 싶어.” 잭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하늘에 별들의 수가 늘어날 때쯤 엄지공주는 잭의 손을 잡고 하늘로 날아 달 빛 속으로 들어갔다. 환한 빛이 눈을 뜰 수 없게 만들었다. 눈을 뜨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조금 더 걷다보니 잭의 키보다도 훨씬 큰 집들도 가득했다. 눈이 휘둥그레 해진 잭은 두 눈으로 그 모습을 담아내기 바빴다. 그 때 갑자기 무언가 쿵하고 부딪쳐 바라보니 올록볼록 한 피부의 커다란 외눈박이 개구리가 잭 앞에 있었다. 잭은 깜짝 놀라 몸을 웅크리고는 그 개구리를 쳐다보았다. “엄지공주의 친구인가 보구나. 반가워.” 잭은 무서워했던 마음이 창피하게도 환히 웃는 개구리를 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멋쩍게 인사를 하곤 개구리의 안내에 따라 한 커다란 광장에 도착했다. 화려한 장식들과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했고 많은 사람들 덕에 정신이 없었다. “우리 마을에 곧 큰 축제를 열어. 매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춤도 추고 신나는 축제야. 아! 축제에 대회도 있으니 한번 참가해봐. 우승하면 맛있는 케이크를 준다고.” 잭이 엄지공주를 쳐다보자 엄지공주가 말했다. “아 매년 열리는 대회인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하나씩 뽐내고 보여주는 장기자랑 같은 거야. 참고로 나는 작년에 우승했어.” 엄지공주는 뿌듯해 하며 윙크를 보내곤 말했다. “잭 너도 나와 참가해볼래? 우승 케이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잭은 고민했지만 엄지공주와 함께라면 걱정할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신청서를 가져와 적고는 상자에 넣었다. 작은 마을에 밤이 되자 폭죽이 쉴 새 없이 터졌고 신나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로 더 북적 해졌다. 엄지공주와 잭은 깨끗한 나뭇잎을 깔고 앉아 축제의 시작을 기다렸다. 얼굴에 기다란 뿔이 달린 기린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 드디어 고대하던 축제의 날이 밝았습니다. 우리 축제의 가장 큰 볼거리! 뽐내기 대회가 곧 시작하니 참가자들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잭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엄지공주를 따라 앞으로 갔다. 무대 뒤 참가자들은 모두 정말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토끼는 코끼리만큼 뚱뚱했고 두더지는 팔이 4개가 달려있었으며 작은 요정은 긴 털이 온 몸을 뒤엎어 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잭은 신기했지만 갑작스레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뽐낼 수 있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뚱뚱한 토끼가 말했다. “너 정말 예쁘고 긴 다리를 가졌구나? 아름다운 학 같아. 하지만 이 몸도 뽐낼게 많지. 난 힘이 세서 친구들을 도울 일이 많단다. 무엇보다 난 음식이 있다면 뭐든 행복해. 난 가장 행복한 토끼야. 어때? 멋지지?” 너무도 당당히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끼를 보고 잭은 생각에 잠겼다. 그 틈에 토끼는 자신의 몸을 부풀려 뽐내기 대회에 나섰다. 두더지는 팔 4개를 빠르게 휘둘러 당근 뽑기 기네스 신기록을 달성했고 요정은 긴 털을 휘날리며 아름다운 머릿결을 뽐냈다. 잭이 있던 세계에선 이상하리만큼 독특한 모습들이었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모두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순서는 빠르게 잭의 차례가 되었고 잭은 엄지공주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잭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때 엄지공주는 큰소리로 말했다. “나는 작년 우승자 엄지공주예요! 올해는 제 친구를 알리고 싶어 나왔어요. 제 친구 잭을 소개할게요.” 말이 끝나고 윙크를 날리곤 잭을 앞세웠다. “아, 저는 잭이라고 해요. 음...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요. 그래서 저는 제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어요. 이곳에 와보니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비록 다리가 불편하지만 한 다리로 중심도 잘 잡구요. 느리게 걷는 만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는 눈도 가졌어요. 무엇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졌답니다. 음... 더 생각나는 것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중들은 잭에게 큰 환호성을 보냈다. 잭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잠시 뒤 결과 발표만을 남기고 무대에 올랐다. 잭은 너무 떨려 속이 좋지 않았다. “자 오늘의 우승자가 궁금하실 텐데요. 오늘의 우승자는 바로!!” 사회자는 한 템포 쉬고 소리쳤다. “잭 입니다!” 잭은 깜짝 놀라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관중들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잭의 모습에 큰 점수를 준 것 같네요. 축하합니다!” 잭은 어리둥절해 하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커다란 케이크를 들어 올렸다. 축제가 끝나고 관중들은 잭에게 멋지다며 환호성을 보냈다. 환호성을 뒤로 한 채 작은 언덕에 앉아 엄지공주와 잭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먹었다. “잭, 오늘 어땠어? 이곳의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살고 있어. 나는 네가 친구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아이들의 생각이 좀 다를 뿐이야. 네가 그 친구들에게 진짜 너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어. 넌 참 멋진 아이거든.” 잭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아. 친구들의 생각이 다른 것이었어. 난 그들과 같아. 당장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친해지려 노력할거야.” 엄지공주는 뿌듯해 하며 웃었다. “앞으로 더 좋은 일이 가득할거야. 좋은 하루 되렴 잭.” 케이크를 많이 먹은 탓인지 졸음이 쏟아진 잭은 잠이 들었다. 밝은 햇살이 비쳐 눈을 비비곤 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고 일어나니 잭의 방 침대에 도착해있었다. 잭은 엄지공주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꿈이라기엔 너무 선명한 추억이었다. 몸을 일으킨 잭은 친구들을 만날 마음에 들떴다. 그리고 잭은 말했다. “가자. 친구들에게 진짜 나를 보여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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