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더운 여름을 지내다 보면
긴 장마를 맞는다.
우중충한 구름과 한 없이 내리는 비가
난 좋지만은 않았다.
가볍던 손엔 우산을 쥐어야 하고
머리 위로 받던 햇살은
구름에 가려 양껏 받지 못한다.
장마를 대비해 예쁜 우산이나 장화를 사며
비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 그치는 날이 언제인가 손꼽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눅눅해진 마음을 위해 커피
한 잔을 내려 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비를 우산도 없이 온전히 맞아내는
나무와 어떤 이름 모를 잎사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1년 중 원 없이 비 내리는
지금을 나무는 자연은
기다렸겠지 싶었다.
이 비는 다음을 위한 충전을,
다른 계절을 준비할 양분이,
되겠지 싶었다.
내 관점에서만 보자면
단점 투성이지만
다른 점을 보자면 비가
썩 나쁘지 만은 않았다.
내리는 비가 끝나길 기다리기보단
언젠간 그칠 비를 아쉬워하는 마음에
더 집중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오늘이다.
햇살을 양껏 받을 다음 계절을 위한
충전이라고 생각하고.